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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 '최후의 순간'서 배우는 인생 [책꽂이]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김범석 지음, 흐름출판 펴냄





"탄생은 내 의지와 무관하게 맞이하는 것이지만 죽음 만큼은 준비할 수 있다. 언젠가 분명히 죽음의 순간이 온다는 건 사실이고,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 비해 평균 수명이 크게 늘어났지만, 그와 동시에 암으로 사망하는 이들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암 사망자 수는 2019년 기준 7만8,863명으로 전년 대비 1만 명 가까이 증가했다. 눈에 띄는 것은 연명 치료를 하지 않거나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건수가 2017년 대비 2만 건 이상 늘었다는 점이다. 이는 암 환자들의 죽음이 가장 많이 벌어지는 곳이 병원이며,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음을 의미한다.

책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는 서울대병원 암병원 18년차 종양내과 전문의 김범석 교수가 쓴 암 환자들에 관한 에세이다. 저자는 암 환자들과 그의 가족들이 그려가는 생에 마지막 순간을 지켜보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곱씹어보게 됐고, 이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한다. 책은 그렇게 얻은 삶과 죽음에 대한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저자가 틈틈이 남겨온 기록이다.



책은 주로 말기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생애 마지막 모습을 담고 있다.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은 각자 자신에게 주어진 남은 삶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채워나간다. 누군가는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담담하게 삶을 정리하고, 누군가는 시시각각 찾아오는 죽음을 미루기 위해 고집을 부리기도 하며, 어떤 이는 암을 이겨내고 다른 시각으로 삶을 바라보기도 한다.

그 곁을 지키는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다. 책에서는 심폐소생술로 갈비뼈가 부러지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어머니를 놓지 못하는 남매부터 폭력적이던 아버지를 외면하는 딸, 연인이 암 환자인 것을 알면서도 결혼을 선택한 남자 등이 등장한다. 환자와 보호자, 의료진이 저마다 내리는 선택을 되돌아보며 저자는 무엇이 환자의 남은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지, 존엄한 죽음에 대해 깊이 고민한다.

암 환자와 그 가족의 모습은 우리가 이미 겪었거나 앞으로 겪게 될 수도 있는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어떻게 내 가족의 마지막 순간에 그들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 지, 그들의 마지막을 어떻게 함께 해야 할 지를 생각하게 만들며, 삶과 죽음의 또 다른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1만5,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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