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으로만 꿈꿔왔던 집을 경험케 하는 ‘나의 판타집’이 기존의 ‘집방’과 다른 신선함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해 8월 파일럿 방송 이후 정규 편성돼 돌아온 SBS 예능 ‘나의 판타집’이 거주감 체크 리얼리티를 선보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나의 판타집’은 평소 로망으로 꿈꾸던 ‘워너비 하우스’와 똑같은 현실의 집을 찾아, 하루 정도 직접 살아보면서 자신이 꿈꾸는 판타지의 집을 구체화하는 과정을 담은 관찰 프로그램이다.
하우스 예능을 표방하는 만큼 비슷한 프로그램은 많다. MBC ‘구해줘! 홈즈’가 대표적으로, 두 프로그램은 같은 소재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달한다. ‘구해줘! 홈즈’는 실거래가, 집 컨디션 등 의뢰인이 원하는 현실적인 조건에 최적화된 매물을 찾아 소개한다. 의뢰인의 선택에 공감하고, 아쉬워하며 실제 구매하고 싶게 만드는 현실적인 집구하기 프로세스를 전달한다.
반면 ‘우리 판타집’은 집에 대한 ‘로망’을 실현하는 데 집중한다. 20일 방송된 3회에서는 이동국은 두 딸의 꿈을 응원하는 ‘어시스트의 로망’이 담긴 판타집을 요청했다. 도착한 강릉 판타집에서, 이들의 눈을 사로잡은 것은 단식 길이에 맞는 테니스장이었다. ‘집에 테니스장이 있는 집’, ‘무대와 조명이 있고 거울이 있는 공간’을 충족한 집은 운동을 즐기는 이들, 층간 소음에서 벗어나고 싶은 이들에게도 꿈의 집이 됐다. 지난주 방송에 출연한 KCM은 파자마 차림으로 낚시를 하고, 마당에서 캠핑하며 대리만족을 전했다.
물론 이상적인 집 체험 후 판타집에 대한 생각은 저마다 다르다. 에이핑크 초롱과 보미의 경우 서로 다른 취향이 반영된 집을 원했다. ‘우리 판타집’에서 두 조건이 모두 충족된 집을 소개했고, 보미는 체험 후 판타집에 가까이 가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신선한 출발을 뒤로 하고 이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지는 관건이다. 꿈꾸던 집을 찾고, 만끽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에 그친다면 관찰 예능과 큰 차별성을 두기 어렵다. 제작진은 출연자와 집이 가진 ‘스토리’의 관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집주인과 출연자의 전화 연결을 통해 그들의 이야기도 하고, 집에 스토리를 입히면서 차별화된 포맷을 만드는데 주력한다.
조금 더 솔직해질 필요도 있다. 살아보니 더 좋아지는 집이 있다면, 막상 경험해보니 꿈꾸는 만큼 좋지 않은 부분도 있을 터. 파일럿 방송에 출연한 이승윤은 남자의 로망이 가득한 ‘아이언맨 하우스’를 원했고, 제작진은 완벽하게 들어맞는 집을 소개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큰 집에 살면 청소할게 많은 것은 당연한데 너무 크다”며 “나의 판타집이지만 이 정도 규모일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이 ‘집’이라는 판타지와 출연자의 솔직함을 더한 매력으로 차별화된 프로그램의 장기 레이스를 기대한다.
/임수빈기자 imsou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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