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뛰는 안병훈(30·CJ대한통운)은 골프 꿈나무들의 희망이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참가한 ‘올림피언’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는 꿈나무들에게 직접 손을 내민 특별한 멘토이기도 하다.
안병훈은 2019년 말 한국의 프로 선수 지망생 3명을 선발해 미국 올랜도로 초대했다. 본인은 “소소한 재능 기부”라고 했지만 참가자는 물론 보호자의 왕복 항공권까지 부담했으니 소소하기만 한 행동은 아니었다. 꿈나무들은 무상으로 합숙하며 PGA 투어 현역 선수의 ‘특급 레슨’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연말에는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클리닉으로 대체했지만 올해 말에는 동네가 다시 떠들썩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꿈나무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안병훈이 새해 첫 실전 라운드에서 7언더파 65타를 쳤다. 대부분의 버디가 1m 안팎에서 나올 정도로 샷이 날카로웠다. 65타는 2020~2021시즌 들어 개인 최소타다.
22일(한국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PGA 웨스트에서 열린 PGA 투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1라운드에서 안병훈은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떨어뜨리는 깔끔한 경기를 펼쳤다. 8언더파 단독 선두 브랜던 해기(미국)에게 1타 뒤진 단독 2위에서 PGA 투어 데뷔 첫 우승을 노린다. 2015년 유러피언 투어 BMW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하고 그해 한국 투어에서도 우승한 안병훈은 PGA 투어 대회는 두 번의 준우승이 최고 성적이다.
안병훈의 새해 첫 출전 대회인 이번 대회는 PGA 웨스트의 니클라우스 토너먼트 코스와 스타디움 코스(이상 파72)에서 나눠 열린다. 스타디움 코스가 더 어려운데 세계 랭킹 77위인 안병훈은 이날 니클라우스 코스에서 경기를 펼쳤다. 그는 전날 스타디움 코스에서의 연습 라운드를 돌아보며 “거의 매 홀마다 물이 있어서 공을 6개나 잃어버렸다. 마지막 세 홀 남기고는 공을 빌려서 써야 했다”고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안병훈은 특히 새 스윙 코치 션 폴리와 함께한 지난 두 달간의 준비가 효과를 봤다며 기뻐했다. 그는 “그동안 롱게임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새 코치와 스핀을 줄이는 연습을 통해 발전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김시우는 어려운 스타디움 코스에서 이글 하나와 버디 4개로 6언더파를 쳐 눈길을 끌었다. 선두와 2타 차의 공동 3위인데 스타디움 코스에서 친 선수 중에서는 가장 잘 쳤다. 김시우는 “지난주 퍼트가 잘 안돼서 집중적으로 연습했더니 오늘 4.5~6m 퍼트가 잘 됐다. 덕분에 파 세이브를 잘 하면서 스코어도 좋았다”고 돌아봤다. 니클라우스 코스에서 친 임성재와 이경훈은 4언더파 공동 15위에 올랐고 초청 선수로 나선 열아홉 살 김주형도 3언더파로 출발이 괜찮다. 지난주 소니 오픈 우승자인 케빈 나(미국)는 3오버파 공동 143위로 처졌다.
깜짝 선두에 오른 해기는 세계 398위의 무명이다. 세계 2위 욘 람(스페인)이 대회 직전 부상으로 기권하면서 대체 선수로 나왔는데 첫날 개인 최소타인 64타를 쳤다. 해기는 “신기하게도 그린이 훤히 읽혔다. 람에게 선물이라도 해야겠다”고 말했다.
/양준호 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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