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에 ‘감기’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지난 2013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7년이나 지났다. 그때는 그저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바이러스에 인간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재앙이 실제로 일어날 줄은, 그것도 이렇게 빨리 전 세계를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빠지게 할 줄은 몰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일상이 멈춘 지 1년이 다 돼간다. 다행히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됐으니 조금만 더 참고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겨울이 문제다. 코로나19는 춥고 건조한 겨울에 생존 기간이 5~10배 정도 길고, 날이 추우면 따뜻한 실내에서 주로 활동하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이 큰데,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이다.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이미 움츠러든 일상은 더욱 꽁꽁 얼어붙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지인들조차 마음 편히 볼 수 없고 소위 ‘집콕’ 해야 하는 지루한 시간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많다. 우울감도 문제지만 정형외과 전문의 입장에서는 관절 건강도 심히 우려스럽다. 코로나19가 아니어도 겨울철은 관절 건강에 ‘쥐약’이다. 날씨가 추우면 관절도 굳고 관절을 둘러싼 근육과 힘줄도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겨울철에는 더욱더 신경 써서 운동해야 하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지인은 운동 삼아 계단 오르내리는 걸 좋아한다. 굳이 바깥에 나가지 않아도 아파트 계단을 오르내리면 충분한 운동이 된다며 요즘에는 더 열심이다. 집 밖으로 나가기 힘든 요즘 지인의 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이 동작은 무릎에 부담을 준다. 일반적으로 서 있을 때 무릎에 실리는 체중 부하를 1이라고 한다면 계단을 오를 때는 3배, 내려올 때는 5배의 하중이 실린다. 물론 관절염이 없다면 계단 오르기는 좋은 운동이 될 수 있다. 단 어디까지나 관절염이 없을 때의 일이다. 관절염으로 무릎 연골이 많이 닳은 상태라면 조심해야 한다. 관절염 소인이 있어도 통증이 없을 때는 계단 오르기는 하더라도 무릎에 부담이 되는 계단 오르내리기는 금물이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해야 할까. 무릎에 제일 좋은 운동은 평지를 걷는 것이다. 산책하듯 걸으면 관절과 근육·인대에 혈액 공급이 잘된다. 새해 들어 필자는 퇴근 후 가능한 1시간 이상 걸으려고 노력한다. 빨리 혹은 천천히 번갈아 가며 걷는 게 좋지만 힘들다면 옆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걸을 정도의 속도가 적당하다. 걷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라 체중을 감량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체중이 줄면 그만큼 무릎에 실리는 하중도 작다.
근력 운동을 같이 하면 금상첨화다.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은 우리 몸 근육의 약 60% 이상을 차지해 이 근육만 잘 관리해도 무릎 건강은 문제없다. 필자는 드라마를 좋아해 휴일이면 TV 앞에 있는 시간이 많다. 이때 소파에만 앉아 있지 않고 스쿼트 운동을 하면서 드라마를 본다. 스쿼트는 다리를 어깨너비로 벌려 무릎을 90도로 굽히는 자세인데 책상을 짚거나 벽에 등을 대고 하면 좀 더 수월하다. 이때 무릎이 발목보다 앞으로 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칫 무릎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50회 정도 하는데 이런 습관 때문인지 무릎 나이만큼은 30대라 자신한다.
사방이 꽉 막힌 벽처럼 보여도 찾아보면 길이 있다. 예전처럼 마음 편하게 운동할 수 없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운동을 아예 안 하면 관절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듯이 지금의 암울한 상황은 언젠가 분명히 끝난다. 다시 그토록 소망하던 일상을 찾았을 때 관절이 굳어 일상을 즐기지 못하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매일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
<약력>
‘의창만필’ 필자가 서구일 모델로피부과 원장에서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으로 바뀝니다. 이 대표원장은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한양대 의과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1997년 국내 처음으로 타가 슬괵건을 이용한 십자인대 수술을 성공하고 무릎 인공관절 수술만 2만 회 이상 집도한 국내 대표 정형외과 전문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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