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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담] 北김정은 핵포기 의지, 美바이든도 믿어 주나요

■윤경환의 국정농담(國政濃談)

文 "金 비핵화 의지 분명"...외교장관에 정의용 지명

통일부는 "평양대표부 설치, 남북단일팀 추진" 보고

반면 바이든은 국무부 1·2인자 전부 '강경파' 지명

美전문가들 "文 오판...北 발언 있는 그대로 들어야"

北은 당선 사실조차 '침묵'...'핵 군축' 선회 가능성

"트럼프 계승" 평화프로세스에 한미 엇박자 우려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본격 취임하면서 한미 관계 재설정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1년 남짓 남은 상황에서 최대 화두는 북미·남북대화 재개가 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바이든 대통령이 북한 문제에 얼마나 전향적 자세를 내비칠지 여부가 관건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일단 기존 트럼프 시대에 추진하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외교안보 참모 상당수를 ‘대북 강경파’로 채웠고, 미국 싱크탱크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분명하다”는 문 대통령의 발언에 강한 반감을 표시하고 있다. 대북정책 실패에 대한 문 대통령 책임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새해 벽두부터 ‘핵 보유’를 강조한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핵 군축’를 새로운 협상 카드로 꺼낼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한미 엇박자 우려가 나오는 상태에서 우리 정부가 동맹 관계를 앞세워 또다시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文대통령 “金 비핵화 의지 분명”... 외교장관에 정의용 지명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 관한 질문을 받고 “김 위원장의 평화에 대한 의지, 대화에 대한 의지, 비핵화에 대한 의지는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요구하는 것은 그 대신에 미국으로부터 확실하게 체제 안전을 보장받고 미국과의 관계가 정상화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큰 원칙에 대해서는 이미 북미 간의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때 공동선언으로 이미 합의가 돼 있다”며 “김 위원장의 남쪽 답방은 남북 간 합의된 상황이라 언젠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른 북미·남북 대화 전략에 대해서는 “북미·남북 대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뤘던 성과를 계승해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증강하거나 여러 무기체계를 더 하겠다는 것도 결국은 비핵화와 평화 구축의 회담이 타결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틀 뒤인 20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간 북미회담 등을 물밑 조율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새 외교부 장관에 내정했다. 미국 정권이 교체됐지만 바이든 정부에서도 기존의 대북 정책을 이어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였다. 이 때문에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지우기’가 우선인 바이든 시대에 자칫 한미공조에 균열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정 후보자 역시 지명 당일과 21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첫 출근에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우선 강조했다. 그는 취재진에게 “개인적으로는 영광이지만 우리 외교 환경이 어렵기 때문에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느낀다”며 “모든 절차가 끝나고 임명이 된다면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 온 외교정책이 결실을 맺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연합뉴스


통일부는 “평양대표부 설치, 남북단일팀 추진”

이런 가운데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21일 문 대통령에게 남북 연락채널 복구와 보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 등을 핵심 과제로 꼽는 내용의 새해 업무계획을 보고했다. 그는 연락채널이 복원되면 ‘서울·평양 상주대표부’ 설치를 최종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또 코로나19 방역 협의를 시작으로 그 영역을 결핵·말라리아 등 감염병 대응 인프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 등으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쌀·비료 지원과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 방안도 계획에 포함됐다.

이 장관은 아울러 향후 남북군사회담 개최나 남북군사공동위원회의 가동을 모색하고 9·19 군사분야 합의가 이행되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대북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 주류·생수·가공식품 등을 물물교환 방식으로 교역하자는 이른바 ‘작은 교역’ 역시 올해 다시 시도하기로 했다. 개성·금강산 지역을 우선으로 하는 ‘개별 방문’도 추진 과제다. 평화의 길 통일 걷기, 판문점 견학 확대 등 비무장지대(DMZ) 국제평화지대화 추진,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동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 등을 통한 남북관계 제도화 등도 올해 역점 과제로 올렸다. 도쿄올림픽 남북단일팀을 구성 의사를 북측에 타진해 보겠다는 복안도 있다.

다만 이들 사업에 북측이 과연 호응하겠느냐는 의심의 목소리도 많았다. 실제로 김정은은 지난 5∼7일 진행된 당 대회 사업 총화 보고에서 이 장관이 제시한 방역협력, 인도협력, 개별관광 등을 가리켜 “비본질적인 문제”라고 무시했다. 금강산 개발도 독자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했다. 그러면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제시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협력방식을 유연하게 찾아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 /연합뉴스


바이든은 국무부 1·2인자 모두 ‘대북 제재론자’ 지명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북한을 따로 언급하지도 않았다. 그는 미국의 통합과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동맹 복원, 전세계에 대한 관여 방침 등을 주로 거론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북핵 문제가 후순위가 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싣는 대목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아가 지난 16일(현지시간) 국무부 부장관에 또 다른 대북 강경파인 웬디 셔면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명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지명자에 이어 국무부 1·2인자를 모두 북한 제재론자로 채운 것이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1997년부터 대북 협상에 관여하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만나는 등 초창기에는 한국의 햇볕정책에 보조를 맞췄다. 그러다가 북한 비핵화가 교착 상태에 빠진 이후에는 강경파로 돌아선 것으로 평가된다. 오바마 행정부 2기 때는 이란 핵 합의를 주도했다. 2016년 5월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포럼에서는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서게 하려면 북한 정권의 붕괴나 쿠데타가 임박했다고 느낄 만큼 혹독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블링컨 지명자는 오바마 정부 국무부 부장관 시절이던 지난 2016년 북한이 4차 핵실험을 감행하자 대북 제재 강화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그는 19일(현지시간)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북한에 압력을 증가시키는 것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데 유효할지, 다른 외교적 계획이 가능할지 등이 검토 대상”이라며 “한국과 일본, 나머지와 긴밀히 상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선임보좌관, 커트 캠벨 아시아 정책 총괄(아시아 차르), 윌리엄 번스 CIA 국장 등도 모두 ‘북한통’으로 꼽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김정은 아직도 믿는다고?”... 美서는 냉소·우려 쏟아져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발언은 미국 전문가들 사이에서 곧바로 비판 대상이 됐다. 현지 싱크탱크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넘어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반응을 쏟았다.

22일 미국 국영방송인 미국의 소리(VOA)는 30년 동안 북한 핵 문제와 씨름해 온 미 조야에 북한 지도자의 ‘평화와 비핵화 의지’를 믿거나 주장하는 인사는 거의 남아있지 않다고 보도했다. 1·2차 핵위기를 거치며 협상을 통한 ‘단계적 접근법’으로 북 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협상의 주역들과 워싱턴의 ‘대화파’ 전문가들조차 북한의 비핵화 의도에 대해서는 비관적 입장으로 돌아선지 오래라는 것이다. 더구나 그간 동맹국 정상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자제했던 전문가들이 이제는 문 대통령을 직접 거론하며 대북 정책 실패와 상황 오판에 대한 책임을 묻는 분위기도 엿보인다고 전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VOA를 통해 “문 대통령이 얼마나 순진한지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다”며 “북한은 (당 대회를 통해) 핵무기라는 보검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고, 심지어 핵무기에 대한 말이라도 꺼내려면 첫 번째 조치로 주한미군부터 철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사 명예회장은 “지금쯤은 문 대통령이 그 정도는 알아야 하지만 그의 유산을 통일의 진전과 너무 강하게 결부시키는 바람에 북한에 쉽게 이용된다”고 비판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은 “문 대통령이 모든 가용 정보와 반대로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니 나로서는 몹시 놀랍다”고 지적했다. 에반스 리비어 전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부차관보는 “김정은의 최근 8차 당 대회 발언을 읽으면서 ‘분명한 비핵화 의지’로 읽힐 만한 신호를 도무지 발견할 수 없었다”며 “오히려 핵무기를 계속 보유하고 핵무기 역량을 강화하며 완전한 핵 보유국 자격으로 미국을 대하겠다는 결의를 그 어느 때보다도 명백하게 보여주는 신호였다”고 진단했다.

지난 14일 북한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제8차 당대회 기념 열병식. /연합뉴스


“북한 말, 있는 그대로 들어야...핵 확산은 이미 끝난 일”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를 지낸 리정호씨는 VOA에서 “북한은 협상하려면 협상하겠다고 직접 제안하지 3차원적으로 복잡한 메시지를 전하지 않는다”며 “북한의 행동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첨단 무기를 만들어 보여주면 위험이 닥쳐오고 있다고 인식하면 되는데 왜 자꾸 협상의 여지를 보여줬다고 분석하는지 모르겠다”며 “북한의 전략과 대외 정책 결정 구조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잘못된 해석”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미국을 최대의 주적이라고 하고 최신식 무기를 선보이면서 앞으로 핵 개발 추진 계획을 밝힌 것은 미국은 한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적이라는 뜻”이라며 “북한이 강하게 나오는 것을 계속 협상 신호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발상”이라고 우려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일성과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선언을 위반했다”며 “세 명 모두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축소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핵무기 생산 역량과 재고를 확대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정은이 이미 비핵화 약속을 한 만큼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협상할 필요가 없다”며 “문 대통령은 왜 이런 사실을 말하지 않고 기존 약속을 이행하라고 북한에 요구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이미 헌법에 핵 보유를 밝힌 북한은 냉전 당시 ‘전략무기제한협상’과 ‘전략무기감축협상’을 이끌었던 미·소 관계와 같은 동등한 입장에서 미국과 협상하기 원한다”며 “그런 협상을 시작하면 북한은 미국의 핵무기 감축을 요구할 것이고 이는 미국이 수용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마이클 그린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 부소장은 22일 최종현학술원과 CSIS가 개최한 화상 세미나에서 “청와대가 정상회담 등 극적인 대북 정책을 우선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바이든 정부는 그럴 준비가 안 됐다”고 꼬집었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핵 확산은 막아야 하지만 북한에서 핵은 이미 확산했고 끝난 일”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北은 바이든 당선 사실조차 ‘침묵’... ‘핵군축’ 협상 선회 우려

정작 북한은 바이든 대통령 취임은 물론 당선 사실조차 아직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들은 23일 현재까지 바이든 대통령 당선과 취임 사실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이는 이례적인 일이다. 북한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된 지난 2008년에는 당선 확정 이틀 만에 “공화당 후보인 상원의원 매케인을 많은 표 차이로 물리쳤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12년 재선 때에는 사흘 만에 당선 사실을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당선됐을 때는 이틀 만에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하면서 당선자 이름은 밝히지 않고 ‘새 행정부’라는 표현을 썼다.

조선중앙통신은 다만 지난 9일 김정은의 당 대회 사업 총화 보고를 거론하면서 그가 “새로운 조미(북미)관계 수립의 열쇠” “앞으로도 ‘강대강(强對强), 선대선(善對善)’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 “미국에서 누가 집권하든 미국이라는 실체와 대조선 정책의 본심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새 정부를 겨냥한 발언인 것은 분명했지만, 그렇다고 미국의 정권 교체 사실을 구체적으로 드러내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새해 첫 메시지부터 핵 보유를 강조하면서 앞으로 비핵화보다는 ‘핵 군축’을 협상안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우리 정부 의지와 달리 북미 협상은 더 오래 교착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바이든이 핵 군축 제안을 수용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순간 1968년 만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계가 무너져 이란 핵도 용인해야 되고 한국·일본·대만까지 도미노처럼 핵 개발에 뛰어들 위험이 있다”고 꼬집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 안보 참모들은 북한을 체험한 실무 관료 출신들로 북한에 환상은 갖고 있지 않다”며 “한국 정부가 어설픈 중개자 역할 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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