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서 나눈 대화가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려면 불특정 다수에게 대화 내용이 전파될 위험이 있는지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5월 사무실에서 직원 B씨에게 동료 C씨의 신상과 관련해 “아들이 장애인이다”라며 “이혼한 뒤 다른 남자에게 돈을 갖다 바친다” 등 취지의 허위사실을 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1심은 A씨 혐의를 인정하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하고 2심도 같은 선고를 내렸다. 하지만 A씨가 먼저 말을 꺼낸 게 아니라 B씨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말을 한 점, B씨가 A씨 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전파 가능성이 낮은 점 등을 이유로 선고유예가 됐다. 선고유예는 범행 정도가 가벼워 선고를 미루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선고를 하지 않는 판결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연성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명예훼손은 그 행위를 공연히 해야 성립하고 허위사실이라도 사적으로 특정 소수인에게 유포하면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 공연성이라고 한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A씨와 B씨 둘만 있을 때 발생해 공연성이 부정될 유력한 사정이라고 봤다. 또 둘의 사이가 친밀했다는 점도 비밀보장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아울러 A씨 발언이 전파의 고의가 있었는지도 다시 신중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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