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강모(28)씨는 최근 재택근무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었지만 시도때도 없이 윗집에서 들려오는 ‘쿵쿵’ 소리에 좀처럼 업무에 집중하기 어렵다. 낮뿐 아니라 새벽에도 안방 전등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과 소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밤잠을 설칠 때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직접 윗집에 따졌다가는 자칫 감정싸움이 될까 싶어 건물 관리인을 통해 수차례 항의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강씨는 담당 기관에 정식 민원을 제기하려 했지만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에 결국 포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 확대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웃과의 갈등을 피하기 위해 중재기관의 문을 두드리는 이들도 늘고 있지만 소음이나 주택 유형마다 민원접수 절차가 다르고 복잡해 혼선이 적지 않다.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늘고 있는 만큼 누구나 손쉽게 민원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과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환경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민원은 4만2,250건으로 집계됐다. 2019년 2만6,257건과 비교해 1년 동안 61% 급증했다. 4년 전인 2016년(1만9,495건)과 비교할 경우 두 배 넘게 늘었다.
층간소음으로 고통받는 시민들이 늘고 있지만 관련 중재기관에서 도움을 받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소음의 종류나 주택의 유형에 따라 민원접수 기관이나 방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의 경우 방문 상담과 소음 측정을 통해 전문성 있는 중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뛰어다니는 소리 같은 직접 충격 소음과 텔레비전 등 음향기기에서 발생한 공기전달 소음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세탁기나 운동기구에서 생겨나는 소음과 고성방가 및 싸우는 소리 같은 육성소음은 이웃사이센터가 나서 중재할 수 없는 부분이다.
주택 유형에 따라 민원접수 서비스 제공 여부도 달라진다. 현재 관련 법령에 따라 이웃사이센터는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을 포함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층간소음 민원접수를 받고 있다. 반면 원룸이나 주거용 오피스텔은 서비스 대상이 아니다. 오피스텔의 경우 지자체가 구성한 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심의·조정 받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입주민 혼자 증거를 모아 조정을 받는 건 쉽지 않다. 원룸에 거주하는 이모(26)씨는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층간소음이 더 심한데 왜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끊이질 않는데다 소음의 유형과 주거형태도 다양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민원 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1인 가구 증가와 함께 늘어나는 오피스텔이나 원룸의 층간소음도 해소할 수 있도록 민원 서비스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며 “주민들이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할 경우 당국이 보다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기문 기자 do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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