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과 경기 도민들이 즐겨 찾는 청계산. 해발 616m 망경대가 정상인 고즈넉한 산이다. 정상에서 서울 방면으로 매봉과 옥녀봉, 성남 방면으로 이수봉과 국사봉이 위치한다.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 능선과 봉우리 일부는 사유지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사진). 이 땅은 면적 138만㎡로 여의도(290만㎡)의 절반에 육박한다. 각각 해발 545m, 542m인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 능선에서 동쪽으로 해발 200m께까지 길게 뻗어 있는 땅이다. 그런데 땅의 지분을 소유한 개인은 4,800여 명에 달한다. 33개 기획부동산 법인이 2019년 7월에 땅을 매입해 지난해 1월부터 지분으로 쪼개 판 결과다.
24일 서울경제가 금토동 산73번지 등기부등본을 전수 분석한 결과 기획부동산들은 이 땅의 97.5%를 개인들에게 팔아넘겼다. 판매액은 총 973억 8,706만 원에 달한다. 기획부동산의 매입가 153억 6,071만 원을 빼면 820억여 원으로 판매 수익률은 무려 534%다. 평균 판매가는 3.3㎡당 23만 8,000원가량으로 기획부동산 매입가( 3.3㎡당 3만 6,600원)의 6.5배에 달한다.
5060이 매수자의 58%…경기·서울·충청 주로 거주
매수자는 50대가 35.3%(1,694명)로 가장 많았고 그 뒤는 60대 22.3%(1,072명), 40대 19.7%(945명), 30대 12.5%(600명) 순이었다. 고령층은 70대 이상이 5.2%(251명)였으며 80대도 0.4%(18명) 있었다. 청년층은 20대가 4.8%(231명)였고 20세 이하는 0.8%(38명)였다. 거주지는 경기가 29.7%(1,429명)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서울 17.7%(850명), 충청 11.5%(554명), 인천 8.5%(408명), 대구 7.1%(339명), 경상 6.5%(313명), 전라 5.3%(253명) 순이었다. 시군구별로 보면 경기에서는 수원이 163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천 134명, 성남 130명, 용인 129명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서가 60명으로 가장 많았고 구로 55명, 강남 46명, 서초 44명, 관악 44명 순이었다.
쪼개 팔기에 법인 33곳 관여…최고 매출은 178억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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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 취소도 79건 있었다. 취소된 계약 금액은 25억 2,316만 원으로 총 판매액의 2.6% 수준이었다. 일부 매수자들이 환불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별로는 우리랜드옥션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토지정보 13건, 코리아경매 9건, 케이비경매법인과 케이비법원경매 각각 7건, 대구케이비경매 6건 순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기획부동산 우리경매 측 수뇌부를 금토동 산73 등 94개 땅을 판매한 데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보다 앞서 우리경매는 다른 토지 4곳 판매에 대해 사기와 불법 다단계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다.
성남시 “경사도 극심해 개발 불가…경찰에도 통보”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매수자는 은퇴 연령인 50~60대가 전체의 55%로 절반이 넘는데 이들은 노후 생활·투자 자금이 묶여 더 열악한 처지에 놓일 소지가 크다”며 “기획부동산이 은퇴 후 노인 빈곤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수자들의 거주지 분포를 보면 기획부동산이 해당 물건이 소재하는 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팔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매수자 상당수가 해당 임야와 그 주변 지역에 대해 거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획부동산이나 지인의 말만 믿고 지분을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조권형·박진용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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