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면 사실상 검찰의 수사권은 모두 다른 기관으로 넘어가게 된다. 6대 범죄 외 나머지 일반 범죄 수사는 경찰청 산하 국가수사본부, 3급 이상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는 공수처가 각각 담당한다. 지난해 1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검찰의 직접 수사 분야는 6대 범죄로 축소됐다. 그런데 이마저도 검찰이 수사하지 못하도록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검찰은 수사권 없이 기소권만 갖는 기관으로 전락한다.
오죽하면 친여(親與) 성향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마저 “수사하고 싶어서 검찰에 들어왔는데 수사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토로했겠는가. 헌법에 따르면 검사만이 인신 구속, 압수 수색 등과 관련해 영장을 청구할 수 있고(12조), 검찰총장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임명되는 고위직이다(89조). 헌법이 검찰에 수사권과 수사 지휘권을 부여한 셈인데 이런 권한을 무력화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크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지적이다.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은 정치적 중립성 및 독립성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공수처에 이어 또 다른 옥상옥 권력기관을 하나 더 만들면 막대한 예산 낭비를 초래할 것이다. 오랜 세월 축적된 검찰의 중대 범죄 수사 능력을 한순간에 사장하는 것도 큰 손실이다. 여권이 검찰의 힘을 빼 유명무실한 존재로 만들려고 할수록 “정권의 구린 데가 얼마나 많길래 무리수를 두는가”라는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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