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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기 땅만 2.4조 판 기획부동산…"다단계 취업 사기"

[기획부동산의 덫]

■본지 기획부동산 실태 조사

<상> 어떻게 팔고 누가 샀나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해당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연합뉴스




기획부동산 30여 곳이 사실상 개발이 불가능한 경기도 성남시 임야 지분 974억 원어치를 4,856명에게 쪼개 판 것으로 드러났다. 땅을 사들인 사람의 26%는 기획부동산 직원, 62%는 직원의 지인이었다. 기획부동산 직원의 가족·친척(2%)까지 합치면 총 91%에 달한다. 땅을 사들인 사람의 3분의 1가량은 연 소득 2,000만 원 이하의 저소득층이었다. 가계 순자산이 1억 원 미만인 사람도 절반에 달했다. 기획부동산이 소득과 자산이 넉넉하지 않은 직원과 직원 지인들에게 사실상 ‘다단계 취업 사기’ 방식으로 쓸모없는 땅을 대거 팔아치운 것이다.

서울경제가 24일 기획부동산이 판매한 토지 중 가장 규모가 큰 땅(138만㎡)인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 임야 지분 매수자를 대상으로 심층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이같이 조사됐다. 성남시청은 이 땅이 청계산 정상 부근에 뻗어 있고 환경 평가 등급 1등급에 해당해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기획부동산은 전국적으로 임야 지분을 연간 1조~2조 원대 판매하며 활개 치고 있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지난 3년간 2조 4,000억 원에 달하는 임야 지분을 팔아치운 것으로 드러나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기획부동산의 경기도 임야 지분 매매를 분석한 결과 거래 건수는 10만 1,885건, 거래액은 2조 4,347억 원에 달했다.

이번 심층 조사를 자문한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기획부동산 피해가 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 나타났다”며 “투기 의도가 강하지 않은 저소득층의 삶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매우 악질적”이라고 말했다. 서울경제는 금토동 산73번지 매수자 심층 조사 결과와 함께 임야 지분 판매 기획부동산 실태와 대책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보도한다.

판매 수법은…다단계로 직원과 그 지인 착취해
“조사 결과를 보니 기획부동산의 임야 지분 판매는 ‘다단계 취업 사기’가 확실합니다. 기획부동산은 경매나 공매를 배우며 일당 7만 원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쓸모없는 땅을 지인에게 팔게 하고 직원 자신도 사게 했습니다.”

서울경제가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 매수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본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청계산 이수봉과 국사봉에 걸쳐 있는 금토동 산73번지는 30여 개 기획부동산이 4,856명에게 974억 원어치를 팔아치운 임야다.

직원 아닌 매수자 41%, ‘권유’ 받아 매입




서울경제 조사에 응답한 금토동 산73번지 매수자 중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전화를 받거나 광고를 보고 샀다는 사람은 4%에 불과했다. 직원이 아닌 매수자가 임야 지분을 산 데에는 직원이 지인이라는 이유가 컸다. 일반 매수자 39명 중 ‘직원의 권유’를 받고 샀다는 응답은 41%였다.

설문의 ‘소액 투자 목적’ 문항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로 지인의 권유에 마지못해 샀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매수자 A(68) 씨는 “직원인 지인이 애원해서 결국 샀다”며 “땅을 다시 팔아 달라고 하니 ‘이 시국에 누가 사느냐’고 반문했다”고 말했다.

매수자들의 직업을 물어보니 43%는 무직이었다. ‘기타’를 고른 사람은 23%(12명)였는데 △건설 일용직 △농업 △보험 영업 △기획부동산 △아르바이트 등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사람들이 절반에 달했다.

취업 소개도 다단계…절반은 ‘일당 줘서’




기획부동산 직원들은 어쩌다 취업하게 된 것일까. 직원으로 일한 14명에게 ‘회사를 어떻게 알게 되었느냐’고 물으니13명이 ‘친구·지인’, 1명이 ‘가족·친척’을 골랐다. 취업 소개 역시 인맥을 통해 다단계로 이뤄진 것이다.

기획부동산에 취업한 이유에 대해 절반은 ‘일당을 줘서’라고 응답했다. 지분 판매 기획부동산은 오전 10시~오후 4시까지 일하면 일당 7만 원을 지급한다. ‘경·공매를 배우려고’나 ‘판매 수당이 좋아서’라는 응답도 각각 2명이었다. 기획부동산은 경·공매를 가르쳐준다고 홍보하지만 입사하면 지분 판매만 시킨다. 판매 수당은 땅 판매액의 10%를 지급하고 성과에 따라 몇 %를 추가 지급한다. 기획부동산 직원으로 일한 충남 아산시의 B(59) 씨는 “땅을 못 팔면 자신이 사야 한다”며 “내 주위 사람들은 다 빚쟁이”라고 말했다.

'땅 안 가봤다' 87%…지분 10개 산 사람도

매수자 대부분은 땅에 대한 검증에 매우 소홀했다. 지분을 사기 전 현장을 가보았느냐는 질문에는 87%가 가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심지어 55%는 지번도 몰랐다고 밝혔다. 금토동 땅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인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도 53%가 몰랐다고 답했다. 등기부등본을 열람해본 매수자와 기획부동산이 땅을 얼마에 샀는지 안 매수자 역시 각각 6%에 불과했다. 기획부동산은 금토동 땅을 매수가인 3.3㎡당 3만 6,600원의 6.5배 가격에 팔았다.

매수자 대부분은 금토동 땅만 산 게 아니었다. 매수자 3명 중 2명인 67%(35명)가 다른 땅의 지분도 샀다고 답했다. 금토동을 포함해 2개를 구매한 사람이 21%, 3개 17%, 5개 8% 등이었다. 지분 7~10개를 샀다는 사람도 각 1명이었다. 이들 중 총 구매액을 답하지 않은 3명을 제외한 32명의 평균 구매액은 7,425만 원이었다. 구매자 전체의 평균 구매액 2,352만 원과 비교하면 이들은 5,000만여 원을 추가 투자한 것이다. 기획부동산 직원이었던 40대 초반 이지영 씨는 “언니 것까지 하면 지분을 총 1억 7,000만 원어치 샀다”며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원이 지인이니 항의도 어려워…연락 두절도

대부분 지인을 통해 지분을 매수하다 보니 생각이 바뀌어도 환불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C(65) 씨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전세금이 필요해 환불하려고 친구에게 전화했는데 추가 투자를 권유했다”며 “더 이야기하며 싸우기도 싫다”고 말했다. 직원이었던 친척에게 항의하자 연락이 두절됐다는 사람도 있었다. 직원이었던 이모를 통해 샀다는 광주광역시의 D(56) 씨는 “딸도 사고 시어머니도 샀는데 딸이 땅에 대해 알아보더니 사기당한 것 같다더라”며 “이모에게 서운한 소리를 하며 땅을 팔아달라고 하니 연락이 끊겼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기획부동산 매수자에게 ‘지인·친구’는 가장 위험한 네트워크였다”며 “사기라는 걸 알았을 때 신뢰 관계도 무너지는 이중고를 겪는다”고 말했다.

'청계산 이수봉' 주인만 4,800명...기획부동산 33곳서 820억 챙겨


항공사진에 표시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자료=네이버지도


서울 시민과 경기 도민들이 즐겨 찾는 청계산. 해발 616m 만경대가 정상인 고즈넉한 산이다. 정상에서 서울 방면으로 매봉과 옥녀봉, 성남 방면으로 이수봉과 국사봉이 위치한다.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 능선과 봉우리 일부는 사유지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사진). 이 땅은 면적 138만㎡로 여의도(290만㎡)의 절반에 육박한다. 각각 해발 545m, 542m인 이수봉과 국사봉 사이 능선에서 동쪽으로 해발 200m께까지 길게 뻗어 있는 땅이다. 그런데 땅의 지분을 소유한 개인은 4,800여 명에 달한다. 33개 기획부동산 법인이 2019년 7월에 땅을 매입해 지난해 1월부터 지분으로 쪼개 판 결과다.

서울경제가 금토동 산73번지 등기부등본을 전수 분석한 결과 기획부동산들은 이 땅의 97.5%를 개인들에게 팔아넘겼다. 판매액은 총 973억 8,706만 원에 달한다. 기획부동산의 매입가 153억 6,071만 원을 빼면 820억여 원으로 판매 수익률은 무려 534%다. 평균 판매가는 3.3㎡당 23만 8,000원가량으로 기획부동산 매입가( 3.3㎡당 3만 6,600원)의 6.5배에 달한다.

5060이 매수자의 58%…경기·서울·충청 주로 거주


지도에 표시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자료=네이버지도


매수자는 50대가 35.3%(1,694명)로 가장 많았고 그 뒤는 60대 22.3%(1,072명), 40대 19.7%(945명), 30대 12.5%(600명) 순이었다. 고령층은 70대 이상이 5.2%(251명)였으며 80대도 0.4%(18명) 있었다. 청년층은 20대가 4.8%(231명)였고 20세 이하는 0.8%(38명)였다. 거주지는 경기가 29.7%(1,429명)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서울 17.7%(850명), 충청 11.5%(554명), 인천 8.5%(408명), 대구 7.1%(339명), 경상 6.5%(313명), 전라 5.3%(253명) 순이었다. 시군구별로 보면 경기에서는 수원이 163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천 134명, 성남 130명, 용인 129명 순이었다. 서울에서는 강서가 60명으로 가장 많았고 구로 55명, 강남 46명, 서초 44명, 관악 44명 순이었다.

쪼개 팔기에 법인 33곳 관여…최고 매출은 178억 원
임야 지분을 판매한 기획부동산 중에는 50억 원어치 이상 판매한 법인이 5곳이었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경기도 실거래 데이터로 매출을 계산한 결과 우리토지정보가 178억 원어치를 팔았다. 다음은 코리아경매 124억 원, 케이비경매법인 123억 원, 디에스경(전 대구케이비경매) 91억 원, 케이비법원경매 90억 원, 우리랜드옥션 80억 원, 제이경매 73억 원 순이었다. 이외에 26개 법인이 총 370억 원어치를 팔았다.



계약 취소도 79건 있었다. 취소된 계약 금액은 25억 2,316만 원으로 총 판매액의 2.6% 수준이었다. 일부 매수자들이 환불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별로는 우리랜드옥션이 16건으로 가장 많았고 우리토지정보 13건, 코리아경매 9건, 케이비경매법인과 케이비법원경매 각각 7건, 대구케이비경매 6건 순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기획부동산 우리경매 측 수뇌부를 금토동 산73 등 94개 땅을 판매한 데 대해 사기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보다 앞서 우리경매는 다른 토지 4곳 판매에 대해 사기와 불법 다단계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다.

성남시 “경사도 극심해 개발 불가…경찰에도 통보”
이 땅은 개발 가능성이 전혀 없다는 게 성남시 입장이다. 성남시청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환경평가등급 1등급 등에 해당해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관련한 국토교통부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며 “조례상 경사도 12도 이상이면 개발을 못하는데 경사가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해당 토지와 관련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에도 ‘개발이 불가능한 토지가 맞다’고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매수자는 은퇴 연령인 50~60대가 전체의 55%로 절반이 넘는데 이들은 노후 생활·투자 자금이 묶여 더 열악한 처지에 놓일 소지가 크다”며 “기획부동산이 은퇴 후 노인 빈곤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매수자들의 거주지 분포를 보면 기획부동산이 해당 물건이 소재하는 지역만이 아니라 전국에서 팔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특히 매수자 상당수가 해당 임야와 그 주변 지역에 대해 거의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획부동산이나 지인의 말만 믿고 지분을 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조권형·박진용기자 buzz@sedaily.com

본지 심층 조사 방법은…매수자 정보 DB화 후 우편 발송


총 725쪽에 달하는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 부동산 등기부등본. 인터넷 열람이 안 되는 등기명의인 과다등기부라 등기소를 방문해 출력했다. 서울경제는 등본의 판매자·매수자 정보 4,900여 개를 수작업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매수자 961명에게 우편을 발송했다. 회신이 온 53명에 대해 전화로 심층 설문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조권형기자


서울경제는 기획부동산에서 지분을 매수한 사람들에 대한 표본조사로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산73번지를 선택했다. 기획부동산 30여 곳이 한 지역의 임야를 쪼개 4,800명에게 974억 원어치를 판매한 역대급 사건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지난해 상반기 금토동 산73번지 등기부등본의 매수자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8월 20일에는 매수자 중 961명의 주소지로 우편 발송 업체를 통해 설문 협조 요청 편지를 보냈다. 이후 답신이 온 매수자들에 대해 신원을 확인한 뒤 전화로 심층 설문,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상자는 총 53명(응답률 5.5%)이다. 우편 30통은 반송됐다. 언론이 수십만 명으로 추산되는 기획부동산 지분 매수자들의 매수 경로와 이유, 소득·자산 등에 대해 심층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 우편을 받은 사람들로부터 취재 소식을 전해 듣고 연락이 온 매수자도 9명 있었다. 이들은 통계 결과의 산출을 위해 조사하지 않았다. 기자에게 다짜고짜 ‘설문을 하지 말라’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편지를 받았다면서도 설문을 하지 않겠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항의하는 사람도 여럿이었다. 이들의 카카오톡 이름을 매수자 목록에서 검색해보니 없는 사람이 상당수였다. 이번 조사로 기획부동산의 기망 수법이 드러나는 것을 우려한 기획부동산 직원들로 추정된다. 아래는 본지가 보낸 편지 내용./조권형·박진용 기자 buzz@sedaily.com

금토동 산73번지 설문 협조 요청 편지




금토동 산73번지 공유지분 구매자분께.

안녕하세요. 서울경제신문 조권형 기자, 박진용 기자입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금토동 산73번지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있는 주소를 보고 편지 드립니다.

공유 지분 매수 경로와 이유, 향후 처분 계획 등에 대해 설문 조사를 하기 위함입니다.

저희는 그동안 부동산 업체를 통해 이뤄진 대량 공유 지분 매매와 그 시장에 대한 기사를 써왔습니다.

이번에는 금토동 산73번지에 집중해 기사를 쓰려고 합니다.

금토동 산73번지를 택한 이유는 매매된 공유 지분 토지 중 면적, 가격, 인원수가 최대이기 때문입니다.

약 4,800여 명이 금토동 산73번지의 공유 지분을 매수하셨고, 매매 대금은 총 964억 원입니다.

공유 지분 매매의 규모는 연간 1조 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누가, 왜, 어떤 경로로 매매했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설문으로 매수자분들의 공유 지분 매매 경위와 기대 또는 불안 요소 등 실태를 알 수 있으리라 봅니다.

010-****-****으로 문자나 전화를 남겨주시면, 저희가 다시 전화를 걸어 매수하신 지분 내역을 확인한 뒤 설문을 진행하겠습니다.

설문 문항은 20여 개로 시간은 10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설문 결과는 기사 작성과 학술 연구를 위한 통계 수치 산출 목적으로 이용됩니다. 이름과 연락처 등 개인 정보가 노출되진 않을 것이며, 개별적인 응답 내역 전체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설문에 협조해주시면 공유 지분 매매 시장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고, 정부가 시장에 대한 방향성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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