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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경제소사] 고노에 계획

히로히토의 양위와 불교 귀의

히로히토 전 일왕 /위키피디아




히로히토(당시 44세·사진) 덴노의 양위와 세자인 아키히토(12세)의 등극. 태평양전쟁에서 일본의 패전이 확실하다고 판단한 일부 황족과 귀족에게서 나온 ‘수습 방안’이다. 발제자는 총리 대신을 세 번이나 지낸 고노에 후미마로(56세). 사이판 함락(1944년 7월) 이후부터 일본이 덜 피해를 입고 전쟁을 끝내는 방안을 모색해온 끝에 도출한 결론이 양위였다. 1945년 1월 26일, 고노에는 섭정으로 생각했던 다카마쓰(40세) 왕자를 찾아가 구상을 털어놓았다.

“우리는 이미 졌습니다. 문제는 덴노입니다. 패전한 마당에 덴노가 그대로 있다는 건 말이 안됩니다. 전쟁 발발의 책임을 생각한다면….” 잠자코 듣던 다카마쓰 왕자가 되물었다. “양위를 건의하라는 겁니까.” 고노에의 이어지는 대답. “양위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전범 책임에서 벗어나려면 양위하고 떠나야 합니다.” 무슨 뜻이냐고 묻는 왕자에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참회 청문승이 되는 겁니다.”



일본사에서 양위와 불교 귀의는 사례가 없지 않았지만 고노에가 이런 생각을 한 이유는 단 한 가지. 국체호지(國體護持), ‘천황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덴노가 절에 간다면 따라 들어가겠다’는 고노에의 설득에도 다카마쓰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미국과 영국은 불교에 대한 이해가 없어 덴노의 양위와 승적은 도피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나중에 이런 얘기를 들은 히로히토는 ‘반역’이라며 화를 냈으나 고노에는 결국 뜻을 이뤘다.

연합국 사령관으로 진주한 아서 맥아더에게 “천황제가 무너지면 일본은 공산화될 것”이라고 설득, 동의를 받아낸 것. 미국도 히로히토의 전범 책임을 파악하고는 있었으나 어떤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전범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의 법정 증언(‘덴노의 결심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도 나왔지만 눈감았다. 난징 대학살에서 참수 경쟁을 펼친 전범 행위로 총살대에 선 일본군 중위의 ‘모든 게 히로히토, 바로 그놈 때문’이라는 절규에도 귀를 막았다.

일본이 고노에 계획을 실행했거나 포츠담 선언을 조기에 수락했다면 소련군 참전과 원폭 피폭을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한반도 분단 역시 마찬가지다. 전범이 처벌받지 않고 되레 큰소리치는 행태는 과거형이 아니다. 군국을 향해 치닫는 일본은 과거사 청산을 요구하는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고 경제적으로 고사시키려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다. 반도체 소재와 부품에 대한 수출규제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에 빠져 있는 탓일까. 일본만 모른다. 천황제처럼 침략의 유전자도 여전하다는 점을. /권홍우 선임기자 hong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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