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략적 인내를 가지며 대중 관계에 새롭게 접근할 것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 미국의 중대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장기전을 염두에 두고 동맹과의 협의를 통해 새로운 대중국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5일(현지 시간)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보스 어젠다 회의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다자주의를 역설한 것이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대응에 변화를 주거나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중국은 지금 우리의 안보와 번영·가치에 중대한 방식으로 도전하고 있고 이는 미국의 새로운 접근을 요구한다"면서 "우리는 일정한 전략적 인내를 가지고 접근하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사키 대변인은 또 "대통령은 많은 전선에서 중국의 경제적 월권을 중단시키는 데 전념하고 있고 그렇게 할 가장 효율적 방법은 동맹 및 파트너와의 협력"이라며 "동맹과 협의하고 민주·공화당과 협의한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시 주석이 이념적 편견과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리고 다자주의와 상호 존중으로 나아가자고 발언한 데 대해 백악관이 선을 그은 셈이다.
전략적 인내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접근을 일컫는 비공식 용어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도발이 계속되자 제재 등을 통한 동맹과의 압박으로 북한을 옥죄며 기다리는 정책을 썼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국무부 부장관으로서 전략적 인내에 깊이 관여한 토니 블링컨은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실제로 블링컨 지명자는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9일(현지 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강경한 접근을 택한 것은 옳았다”며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동맹을 소외시켰고 인권 문제에 전면적으로 대처하지 않는 등 잘못된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서 탈피하고 동맹을 규합해 미국의 리더십을 되찾겠다는 얘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4일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 무역 전략의 근본적 결함은 ‘나 홀로’ 전략이었다는 점”이라며 “전 세계 경제의 60%를 구성하는 동맹국과 파트너들 없이 미국 혼자 중국에 대응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편에 서주기를 원하는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의 싸움을 택함으로써 2~3곳에서 무역 전쟁을 벌였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 등과의 무역 마찰도 지적했다.
미국은 중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견제도 예고했다. 미 국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데이터를 오용하거나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맞서 미국은 더 나은 방어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중국의 불공정하고 불법적인 행위에 책임을 묻고 미국의 기술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나 인권 침해를 조장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중 전선에 둘러싸일 위기에 처한 중국은 강한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25일 14차 5개년 경제계획(14·5계획) 및 2035년까지의 장기 목표 수립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서 "연구개발 인력의 창조력을 더욱 자극하는 가운데 '목을 짓누르는' (기술) 난제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발전의 새 우세를 형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최첨단 수준을 바라보고 기초 연구를 강화하고 안정적인 지원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면서 일찍부터 수학 등 기초 과목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 제품 구매를 우선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행정명령으로 연방 기관은 미국 기업과 근로자로부터 더 많은 상품·서비스를 얻도록 요건이 강화된다. 특히 물품 구매를 더 엄격히 하는 새 규정 이행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관련 고위 직도 신설된다. 미 연방 기관이 매년 직접 조달하는 제품 및 서비스는 6,000억 달러(약 661조 원)에 달한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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