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6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분석해 올린 페이스북 글을 공유했다. 자영업 손실보상 문제를 둘러싸고 여권의 거센 압박에 시달리는 홍 경제부총리를 문 대통령이 격려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앞서 자영업 손실보상의 제도화를 지시하면서도 ‘재정 부담이 가능한 범위 내’라는 단서를 달았다.
홍 부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1%를 기록한 것을 두고 “선진국들보다 역성장 폭이 훨씬 작다”며 “우리 경제가 위기에 강한 경제임을 다시 입증한 결과”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연간으로 경제 규모 10위권 내 선진국들은 -3%대에서 -10% 이상 역성장이 예상된다”며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충격을 최소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경제 사령탑인 홍 부총리와 기재부가 힘을 내줘 고맙다는 격려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오늘 속보치 발표는 세 번에 걸친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 온 국민이 일상의 희생을 감내해 가면서 올린 값진 ‘성과’임을 감안해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홍 부총리의 글을 공유하고 청와대가 그 의미까지 설명한 것은 수세에 몰린 홍 부총리에게 일정 부분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선거를 앞둔 여권의 현금 살포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정세균 국무총리마저 기재부를 질타하는 등 ‘경제부총리 흔들기’가 계속되자 문 대통령이 일종의 갈등 봉합에 나선 셈이다.
다만 여권과 경제부총리의 갈등이 쉴 새 없이 반복되고 그때마다 대통령이 수습에 나서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 정상적인 국정 운영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에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문제와 관련해 여당과 마찰을 빚은 홍 부총리의 사의를 반려한 바 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