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6일 “박영선 전 장관의 출마선언문을 보니 이번 보궐선거가 왜 치러져야 했는지, 이 선거의 존재 의미가 뭔지에 대한 성찰이 빠져서 실망감을 금치 못한다”고 날을 세웠다.
오 전 시장은 이날 오후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택시 운송업체 경복상운을 찾은 뒤 기자들과 만나 “박 전 장관이 오늘에서야 출마 선언을 하면서 이제야 진용을 갖춘 듯하다”며 “출마선언문에는 이번 보궐선거가 왜 치러져야 하는지, 이 선거 존재 의미가 뭔지에 대한 성찰이 빠져 있다”고 이같이 꼬집었다.
그는 “권력형 성추행, 성범죄에 대해선 정말 어떠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도 부족한 상황인 게 더불어민주당 형편”이라며 “그럼에도 민주당 후보로 나오며 단 한마디의 언급도 사과도 출마선언문에 없다는 것을 많은 시민이 눈여겨봤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선거 과정을 통해 다시는 권력형 성범죄가 발을 못 붙이는 서울시, 공직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깊이 있는 토론을 기대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 역시 박 전 장관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자 “일말의 책임감과 미안함이 들지 않는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4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민주당 정권의 장관까지 지낸 후보로서, 짤막한 유감 표명도 그렇게 어렵고 힘든 것인가”라며 “제가 기억하는 ‘정치인 박영선’이라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역설했다. 이어 “같은 여성이기에, 민주당의 책임 있는 정치인이기에 짧게라도 미안함을 전하지 않을까 기대했던 것”이라며 “그러나 결국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법원에 이어 인권위도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성희롱의 사실관계를 확실히 인정했다”며 “피해자는 여전히 절규하고 있다”고 짚었다. 더불어 “무엇보다도 이번 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전임 시장이 같은 민주당 소속”이라며 “혈세만 800억 원이 넘게 든다.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것만으로도 몰염치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런데도 기어이 나서셨다면, 어찌 ‘그 사건’을 모른 척할 수 있는가. 씁쓸하다”며 “진영이 무엇이길래, 민주당 후보라는 족쇄가 박영선 전 장관의 용기를 꺾어버린 것인가”라고 비꼬았다. 또 “극렬 지지층 반발이 두려워, 한 명의 여성을 향해 가해진 무참한 폭력을 애써 망각한 후보는 절대 시민의 삶과 인권을 보듬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지수인턴기자 jisuka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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