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시에서 SNS를 기반으로 뭉친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로 특정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며 논란이 되고 있다.
요즘 가장 큰 화제 중 하나인 비디오게임 유통점 체인 업체 게임스톱의 주식은 2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전일보다 92.7%나 오른 주당 147.98달러에 장을 마치면서 4거래일 연속 상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로써 지난해말 18.84달러였던 이 회사 주가는 이달 들어 8배로 급등했다.
소셜미디어(SNS) 레딧에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이름으로 개설된 토론방을 중심으로 뭉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이에 온라인 유통이 대세로 잡힌 상황에서 한물간 업종으로 볼 수도 있는 이 회사에 대규모 공매도(주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가 보유하지 않은 상태의 주식을 판 뒤 나중에 사서 갚는 방식의 매매 기법)를 해온 헤지펀드 등 전문 투자자들은 엄청난 손실을 봤다. 수십조 원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미 투자사 멜빈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게임스톱 투자 손실 여파로 수조 원의 자금을 수혈받는 상황에까지 처한 것으로 전해졌다.
SNS를 통해 모인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로 미 영화관 체인인 AMC는 이달 들어 134.0% 올랐고, 같은 기간 보안소프트웨어 업체인 블랙베리(185.4%)나 침구·목욕용품 체인점인 베드 배스&비욘드(107.6%) 등도 뜬금없이 세자릿수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주가 급등을 뒷받침할 만한 대형 호재가 특별히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이와 관련, 월가의 일부 전문가들에게 최근 흐름은 고평가된 증시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심지어 SNS 이용자들에 의한 시장 조작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전문 매체인 마켓워치는 "시장 조작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증권 범죄를 전문적으로 다뤄온 앤서니 사비노 변호사는 "게임스톱 주식 거래에 대해 증권당국이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충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위험을 간파해 큰돈을 번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게임스톱의 급등세와 관련, 이날 "부자연스럽고 제정신이 아닌데다 위험하다"며 규제당국의 개입 필요성을 주장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버리는 이런 내용의 트윗을 몇분 만에 삭제했다고 시장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물론 조직화되지 않은 SNS 토론방에서 각자 의견을 말하는 것을 의도성이나 정보의 허위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시장 조작행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 조작이라는 시각에 이의를 제기한다. 레딧 토론방 개설자 중 한명은 그동안 오히려 일부 월가의 전문가들이 시장 조작 도구로 전통 미디어를 활용해왔다면서 자신들에게 시장을 조작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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