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금융 당국이 나흘째 대규모 유동성 회수에 나서면서 긴축 우려로 중국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부풀어 오른 과잉 유동성의 출구 전략을 찾는 과정인데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은 시장에 타격이 될 우려가 크다.
28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만기 도래한 2,500억 위안어치의 7일물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가운데 1,000억 위안어치만 매입했다. 즉 1,500억 위안의 유동성이 인민은행에 순회수된 것이다.
인민은행의 역RP 순회수는 이날이 사흘째다. 앞서 지난 26일과 27일 각각 1,000억 위안과 780억 위안을 순회수한 바 있다. 앞서 25일에는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를 통해 지원됐던 405억 위안을 거둬들였다. 나흘간 시장에서 흡수한 유동성은 총 3,685억 위안(약 63조 원)에 달한다.
갑작스러운 인민은행의 시장 유동성 축소로 시중 금리는 크게 뛰었다. 이날 중국 상하이은행간금리(Shibor)가 급등하며 하루물(O/N)은 전 거래일 대비 0.054%포인트 오른 3.0240%를 기록했다. 지난 주말인 22일 2.4360%에서 4거래일 만에 무려 0.588%포인트가 뛴 것이다. 상하이은행간금리 하루물이 3%를 넘어선 것은 중국이 심각한 경기 둔화를 경험한 2015년 4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26일 1.51% 급락한 후 27일(0.11%) 주춤했지만 28일 다시 1.91%나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유동성 축소에 따른 긴축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날카롭게 반응하자 중국 당국은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나섰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인민대 국제통화연구소 측은 “해외 자금이 중국에 쏟아지면서 중국 내 부동산·주식·채권 가격 등이 뛰자 자산 버블을 막기 위해 당국이 경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매체인 제일재경은 “춘제(중국의 설) 연휴에 강도 높은 방역으로 시중 자금 수요가 낮아지면서 기존에 풀린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막대한 유동성을 투입했고 이의 결과로 올해 8% 이상의 경제 성장 과열이 예상돼 과잉 유동성의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한다. 베이징의 한 금융 관계자는 “중국의 긴축 전환은 시기의 문제로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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