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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다시 확인된 ‘기울어진 운동장’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소가 28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공수처의 설립과 운영 근거를 정한 법률이 권력분립 원칙 등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 사건에서 합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는 “공수처는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소속되는 기관”이라며 중립성 훼손, 국민 기본권 침해 우려 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다수의 헌법학자들은 “헌법에 근거가 없는 공수처장이 사건 이첩을 요구할 경우 검찰이 이에 응해야 한다고 의무화한 공수처법은 위헌 소지가 크다”면서 헌재의 결정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주목할 것은 이번 합헌 결정이 9명의 헌법재판관 가운데 친정부 진보 성향의 재판관 5명의 의견 일치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합헌 의견을 낸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문형배 재판관은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창립 멤버이며 김기영·이미선 재판관은 우리법연구회의 후신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다. 민변 회장을 지낸 이석태 재판관도 합헌 의견을 제시했다. 다른 3명의 재판관만 “공수처를 기존 행정조직에 편입시킨다면 정치적 중립성과 직무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헌재가 11개월이나 시간을 끈 뒤 공수처 추진에 면죄부를 안겨주자 ‘예고된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최근 헌재의 결정들은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헌재는 지난해 교원의 정치 단체 결성·가입 금지에 대해 친노동 결정을 내리고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한 선거법 강행 처리도 적법하다며 여당 손을 들어줬다. 헌재가 여러 차례 정권 코드와 맞는 결정을 내리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무리수라는 지적에도 현직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를 추진하기로 한 것도 ‘기울어진 헌재’에 대한 기대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헌법 가치의 최후 보루인 헌재마저 편향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특정 정파에 치우친다면 국민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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