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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티첼리가 그린 메디치 청년, 39년 만에 몸값 70배 올랐다

르네상스 거장 보티첼리의 희귀작 초상화

뉴욕 소더비 경매서 1,031억원 낙찰

그림 속 청년은 메디치가문 인물 추정

28일(현지시간) 뉴욕 소더비 경매에 나와 약 1,031억원에 낙찰된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의 '원형 액자를 든 젊은 남자의 초상화' /사진제공=Sotheby's




빛나는 눈동자, 탄력 있는 머릿결, 부드러운 피부에서 젊음의 청신함이 뿜어 나온다. 푸르른 하늘빛 배경이 그런 청년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목까지 올려 채운 촘촘한 단추를 따라 시선을 내리면 남자의 손에 들린 원형 그림에 닿는다. 이 원형 액자 속 그림의 수염 많은 인물은 14세기 시에나 출신의 화가 바르톨로메오 불가리니와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작 이것을 손에 든 손가락 긴 청년이 누구인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미술사학자들은 메디치 가문의 젊은 귀족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을 대표하는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가 1480년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이 희귀 초상화가 39년 만에 경매에 나와 70배나 오른 약 1,031억 원에 팔렸다.

보티첼리의 대표작 중 하나인 '비너스의 탄생' /사진출처=우피치미술관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가 28일(현지시간) 온라인 경매를 겸해 뉴욕에서 진행한 ‘거장의 회화와 조각’ 경매에 오른 이 작품은 경합 끝에 9,218만4,000달러(약 1,031억 원)에 낙찰됐다. 보티첼리는 우리나라로 비교하자면 ‘몽유도원도’를 그린 안견과 비슷한 시기의 거장이다. 국내에서 고미술이 저평가 돼 있는 것처럼 유럽 미술계에서도 인상주의나 전후 현대미술에 비해 르네상스 등 고미술의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럼에도 출처와 진위가 분명한 희귀작이 시장에 나올 경우 미술관과 큰 손 컬렉터들이 큰 관심을 쏟는다. 지난 2017년 11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것으로 알려진 예수의 초상화 ‘살바토르 문디’는 4억5,000만달러(약 5,000억 원)에 낙찰돼 세계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보티첼리 초상화의 활약에 힘입어 이날 경매의 낙찰 총액은 1억1,450만달러(약1,280억 원)를 기록했다.

이번에 낙찰된 보티첼리 초상화의 새 주인이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비너스의 탄생’ ‘봄(프리마베라)’ 등으로 유명한 보티첼리지만 현재 전하는 그의 초상화는 10여점 뿐이다. 이번 낙찰작은 그의 초상화 중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 이 그림은 20세기 초반 미술시장에 등장하기 전까지 200년 이상 웨일스의 한 귀족 가문에서 전해져 온 까닭에 미술사학자들도 그 존재를 잘 몰랐다고 한다. 그러다 1982년 영국에서 열린 경매를 통해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 셀던 솔로가 81만 파운드(약 12억5,000만 원)에 이 그림을 사 갔다. 소장가는 이 그림을 뉴욕 메트로폴리탄, 런던 내셔널갤러리 등 공공 미술관 전시에 이 그림을 내 놓아 지난 40년 간 대중이 함께 감상할 기회를 제공했다.



보티첼리가 그린 또다른 '젊은 남자의 초상화' /사진출처=영국 내셔널갤러리


그림은 소장가 솔로가 지난해 11월 타계하면서 다시 시장에 나오게 됐다. 1982년 이후 39년 만에 작품 값은 70배 가량 뛰어올랐다. 전 소장가인 솔로가 5억 달러 규모의 미술품 컬렉션을 구축했기에 이 초상화 판매로 인한 수익금은 뉴욕 맨해튼에 사립 미술관을 건립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키스 크리스티안은 현지 인터뷰에서 “보티첼리가 젊은 사람을 그린 초상화는 매우 드물지만 현존하는 그의 초상화 10여 점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해도 손색없다”며 “그림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메디치 가문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고 말했다.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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