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빅히트(352820)엔터테인먼트의 영역 확대가 거침이 없다. 중소규모지만 내실 있는 기획사들의 인수를 시작으로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데 이어 경쟁관계인 YG와는 전략적 파트너십까지 이끌어냈다. 네이버(NAVER)와 제휴로 국내 대표적 K팝 팬덤 플랫폼을 모두 손안에 쥐었다. 더 나아가 플랫폼 ‘위버스’에 글로벌 아티스트들의 입점도 예정돼 있어, ‘네이버-빅히트-YG’로 이어지는 합종연횡을 통한 사업 확장이 어디까지 이뤄질지 주목되고 있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빅히트는 네이버와 협업을 통해 앞으로 1년 안에 대표적 K팝 플랫폼인 ‘V라이브’와 ‘위버스’를 통합할 계획을 지난 27일 공개했다. 이를 위해 ‘위버스’를 운영하는 빅히트의 자회사 비엔엑스가 네이버로부터 V라이브 사업부를 약 1,999억원에 사들였다. 대신 네이버는 4,119억원을 투자해 비엔엑스의 지분 49%를 확보하며 2대주주로 올라선다. 비엔엑스가 네이버의 투자금으로 네이버의 사업부를 양수하는 모양새다.
같은 날 빅히트는 경쟁사인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YG)에도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비엔엑스와 공동으로 YG의 자회사인 YG PLUS(037270)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형식으로 총 700억원의 지분투자를 한 것. 빅히트와 비엔엑스는 각각 YG PLUS 지분의 7.68%, 10.24%를 보유하게 됐다. YG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MD를 위버스에 운영 중인 온라인 숍에 공급·위탁하며, 블랙핑크·위너·트레저 등은 연내 위버스에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빅히트는 현재 드림어스컴퍼니가 맡고 있는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원·음반 유통과 MD 사업을 YG PLUS에 맡기기로 했다. YG는 “위버스를 통해 자사 아티스트 글로벌 멤버십 관련 사업을 전개·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위버스’를 활용한 공격적 사업확장이다. 박정엽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빅히트가 연예 기획사에서 팬덤 플랫폼의 최대 주주로 포지션을 변화하는 유의미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MAU(월간 실질 이용자 수) 3,000만명에 달하는 V라이브를 얻으며 글로벌 이용자들과 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 곳에서 영상을 보고 물건을 살 수 있는 통합 플랫폼으로 거듭났을 뿐 아니라 이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비즈니스도 전개할 수 있게 된 것.
글로벌 레이블과의 협력으로 위버스의 영역 확장이 더 거세질 것으로도 전망된다. 이미 유니버설뮤직 소속 아티스트들이 순차적으로 위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빅히트는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할 당시 자금의 활용처 중 하나로 해외 지식재산(IP) 인수를 언급한 바 있다. 글로벌 뮤직 레이블과 다방면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단순 상품 수수료만 감안해도 얼마나 벌 수 있을지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빅히트의 사업 확장은 이미 지난 2019년부터 공격적으로 전개돼 왔다.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한 후 업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세븐틴·뉴이스트가 소속된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와 여자친구가 소속된 쏘스뮤직을 인수하며 ‘빅히트 레이블스’ 체제로 몸집을 키웠다. 지코의 소속사 KOZ엔터테인먼트도 최근 인수했다. CJ ENM(035760)과의 합작사 빌리프랩을 만들어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 출신 보이그룹 엔하이픈도 데뷔했다. 빅히트 자체적으로도 BTS에 이어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활동 중이다. 세븐틴은 최근 잇달아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며 주목받는 중이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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