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시진핑 주석의 지시에 따라 화장실 개선 캠페인을 벌였지만 부실 공사 등으로 5만여 개가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2015년 옌볜조선족자치주를 시찰하다 농촌의 열악한 화장실을 보고 '화장실 혁명' 추진을 지시했다. 중국 정부는 이후 재래식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개조하거나 신축하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관영 신화통신은 일부 지역에서 여전히 문제가 남아있다고 지난 28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랴오닝성 선양 지역을 취재한 결과 정부가 5년간 1억 위안(약 170억 원) 넘게 투입해 화장실을 8만 개 넘게 만들었지만 설계 문제나 부실 공사로 5만여 개가 방치됐다고 전했다.
신화통신은 고질적인 ‘보여주기식 행정’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이 올린 사진 설명을 보면 한 화장실은 훤히 노출된 데다 변기가 부엌을 마주보고 있다. 게다가 상하수도가 연결되지 않아 물을 내릴 수조차 없다. 공무원들이 주민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건성으로 일처리를 한 탓이다. 2016∼2018년 건설한 옥외 화장실은 설계 결함으로 대부분 버려져 있다. 한 주민은 "북쪽 지역의 겨울은 추워서 변기를 한번 사용하고 나면 물이 얼어버린다. 그렇다고 화장실을 쓸 때마다 물을 끓여 부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부 농촌에서는 화장실 업그레이드 목표치를 채우려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집에도 화장실을 만들었다. 한 주민은 "내 동생이 이사 간 지 10년 됐는데 사람이 살든 안 살든 상관없이 다 화장실을 설치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농촌의 화장실을 새로 만들기만 하고 유지보수는 하지 않는데다 정기적으로 오물을 처리하는 서비스도 없는 것도 문제로 꼽혔다. 신화통신은 당 지도부가 농촌 위생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화장실 혁명'을 고도로 중시했다면서 화장실 업그레이드가 '슬픈 프로젝트'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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