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6,000억원대의 재산 피해를 야기한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사태'. 그 핵심 인물로 꼽히는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이 29일 1심에서 '징역 15년에 벌금 40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자신의 펀드 사기 관련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던 이 전 부사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해외무역금융 펀드의 설정부터 부실 은폐와 재구조화까지 이 전 부사장이 주도하거나 관여했다고 결론 지었다.
라임은 2017년 5월부터 펀드 투자금과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 대출자금을 활용해 IIG 펀드 등 5개 해외무역 금융펀드에 투자했다. 이 가운데 IIG 펀드에서 부실이 발생했고, 이 전 부사장 등은 이를 인지했으면서도 부실이 드러나지 않도록 운용 방식을 변경하면서 펀드 판매를 이어간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이 전 부사장과 함께 기소된 원종준 라임 대표에게도 징역 3년과 벌금 3억원을 선고했다. 마케팅 본부장으로 근무했던 이모씨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억 원을 선고받았다.
■ 재판부 "공동이익 위해 펀드 설정한것…라임 사태 책임"
이 전 부사장은 무역금융 펀드가 신한금융투자 PBS 본부 측의 요청을 설정된 'OEM 펀드'라고 주장해왔다. 펀드 설정과 판매 등 전 과정을 신한금투 측이 주도했고, 운용에도 관여했다며 책임을 회피한 셈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부사장이 임모 전 신한금투 PBS 본부장과 '공동의 이익'을 위해 무역금융 펀드를 설정 및 운영한 정황을 파악했다. 이 전 부사장은 신한금투 직원들과 해외 출장을 다니며 무역펀드 실사를 진행하는 등 설정 단계부터 적극 관여했고, 카카오톡 대화방을 만들어 수시로 무역펀드 관련 대화를 주고 받았다. 펀드 부실이 발생한 후 신한금투 측에 모자 펀드 형태의 재구조화를 제안한 것 역시 이 전 부사장이었다.
재판부는 "무역 펀드가 OEM 펀드라는 피고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하며 피고인은 자신의 업무수행에 문제가 없었다고 강변하지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든 라임 사태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에게 있다고 봐야 한다. 수조원대의 자산을 운용한 금융투자업자로서의 윤리의식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펀드 재구조화가 피해 키워…"부실 이후에도 계속 판매"
이 전 부사장은 인터내셔널 인베스트먼트그룹(IIG) 펀드에 손실이 발생하자 환매 대금을 마련하기 위해 문제가 생긴 펀드와 다른 펀드들을 합쳐 '모자(母子) 펀드' 형태로 재구조화하는 행각을 벌였다. 그는 국내 대부분의 펀드가 운용 편의성을 고려해 모자 형태로 구조화돼 있으며, 부실 발생과는 관계없이 지속해서 펀드 구조변경을 신한금투 측에 제안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해당 재구조화가 부실 은폐를 막기 위해 진행됐으며, 더 큰 손실이 야기됐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펀드에 심각한 부실이 발생했음을 알고도 모자 펀드 구조화를 통해 이를 숨기고 다른 펀드까지 손실을 부담하게 했다"며 "펀드는 기초자산 환매가 어려울 정도로 부실화했지만, 피고인은 투자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고 계속 펀드를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이 전 부사장은 이른바 '돌려막기', 즉 새로 가입한 펀드의 투자자금으로 앞서 판매된 펀드의 환매대금을 지급하는 행위 역시 죄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2019년 싱가포르 R사와 맺은 2차 재구조화 계약도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재판부는 "투자자들은 자신의 자산이 무역 펀드에 투자됐다고 알았을 뿐, 투자금이 전액 환매대금 지급에 쓰였다는 것은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미리 알았다면 펀드 가입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2차 재구조화 역시 투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계약으로 보긴 어렵다"며 "설령 일부 유리한 점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발생 가능한 위험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이혜인 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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