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경찰이 아동학대 정황을 발견해 선제 조치할 경우 추후 면책받을 수 있도록 경찰직무집행법 개정’을 추진한다. 경찰이 각종 학대 사건에 적극 개입해 보호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할 경우 보호자로부터 소송당하는 경우가 많다는 우려를 고려한 조치다. 다만 서 위원장은 경찰이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수차례 학대 정황을 포착했음에도 수사 개입에 나서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임무 방기”라고 질타했다.
서 위원장은 17일 서울 중랑구 지역사무소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아동, 노인, 장애인, 여성 등 사회적 약자가 학대받는 현장에서 생명안정과 직결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경찰이 적극 행정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경찰 직무집행법을 개정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의 아이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학대 가해자로부터 현장 경찰들이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장은 현장 경찰이 보호자로부터 고소당할 경우 정부가 소송을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찰은 앞서 국회에 제출한 ‘양천 아동학대 사망 사건 관련 법 제도적 필요 조치 검토’ 보고자료를 통해 “일선 경찰관의 적극적·선제적 법 집행을 독려하기 위해 면책규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서 위원장은 면책권과 별개로 ‘정인이 사건’에 대한 경찰의 조치는 안이했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정인이가 학대당하고 있던 4개월 동안 세 번의 신고를 접수했다. 지난해 5월 25일 정인이가 다니던 어린이집과 의료진이 정인이 허벅지 양쪽에 멍이 든 것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몽고반점 및 아토피로 인한 상흔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6월과 9월 연이어 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왔지만 경찰은 이 역시 사건화하지 않았다. 서 위원장은 “이건 경찰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이번 정인이 사태의 경우 여러 근거가 있었는데도 경찰이 부모에게 넘어간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위원장은 아동학대 문제 해결에 항상 앞장 서 온 정치인 중 한 명이다.지난해 6~9월 아동학대방지 3법을 발의했고 그 중 2개 법안은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동학대 발생 시 응급조치 기간을 기존 72시간에서 186시간으로 늘리고, 아동학대 사건 수사를 학대 신고가 접수된 곳에서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서 위원장은 이에 따라 “학대 신고가 들어온 약국, 학교, 어린이집 등을 조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에는 아동학대가 발생한 곳에서만 수사를 할 수 있어 법적으로 미비했다는 주장이다.
서 위원장은 현재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하고 있는 아동복지법 역시 시급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동이 학대받더라도 ‘원가정 복귀’를 해야한다는 현행 법을 바꿔 ‘가정과 유사한 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이 법은 현재 복지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다. 서 위원장은 “물론 가정으로 돌려 보내는 게 맞다. 지지고 볶더라도 아이는 가정에서 키우는 게 좋다”며 “그러나 더 고통스러운 최악의 경우가 있기 때문에 아이는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아동학대 문제를 더욱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히 예방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서 위원장은 “아동보호전문기관과 지자체 공무원, 경찰이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경찰서에선 서장이, 구에서는 구청장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양천경찰서에서 ‘정인이 사건’이 관련 부서 3차례 신고됐지만 각각 다른 팀에 접수됐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경찰서장 등 책임자가 수시로 아동학대 사건을 보고받고 지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16개월 이하 학대 영아를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기관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서 위원장은 “이번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16개월 이하 영유아는 학대 부모로부터 분리하더라도 전담으로 보호할 기관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전문 교육을 받은 위탁모를 모집하는 등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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