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 사실상 어려운 임야 지분을 판매하는 기획부동산이 2019년 경기도 땅만 1조 원 어치 넘게 판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에 개발 호재가 많은 만큼 기획부동산의 주요 먹잇감이 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1일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경기도의 실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9년 기획부동산 법인의 임야 지분 판매액은 1조243억 원을 기록했다. 2018년 8,831억원보다 16% 증가한 수치다. 2019년 기획부동산의 지분 판매 건수는 4만4,281건이다. 거래 면적은 1,680만여㎡로 여의도 면적(290만㎡)의 5.8배에 달했다. 건당 거래액은 2,200만여원이었으며 3.3㎡당 평균 가격은 20만원가량이었다.
◇2015년부터 임야지분 거래 급증
기획부동산은 지난 2015년부터 임야 판매를 본격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도에서는 2015년부터 임야 지분 거래가 부쩍 늘었다. 실거래 신고가 시작된 2006년부터 2014년까지는 평균 1만5,000여건에 머물던 거래량이 2015년 2만1,147건으로 2만건선을 돌파한 것. 이후 매년 5,000여건씩 늘다가 지난 2019년에는 4만1,288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사이 전국 임야 지분 거래 중 경기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31%에서 2019년 53%까지 증가했다.
더군다나 이러한 임야 지분 거래는 대부분이 기획부동산이 일으킨 것으로 분석됐다. 경기도가 지난 2018년~2019년 기획부동산의 거래를 추적한 결과 2018년에는 임야 거래의 87%, 2019년에는 임야 거래의 99%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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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구역 지정 뒤 거래액 급감
지난해 경기도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기획부동산 봉쇄 조치를 단행하자 거래 증가세가 꺾이기도 했다. 지난해 경기도의 임야 지분 거래는 3만4,685건으로 전년 보다 16% 감소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해 7월 기획부동산의 투기 조장이 우려되는 지역을 추려 과천시 6배 규모(211.98㎢)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24.6㎢ 규모 땅을 추가로 지정했다. 허가구역에서 임야를 사려는 사람은 임업 경영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기획부동산이 투기용으로 파는 게 차단된다. 실제로 대규모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인 지난해 8~10월 거래액은 전년 동기 대비 41% 수준으로 줄었다.
◇다른 시·도 풍선효과 우려도
기획부동산 방지책으로 허가구역이 효과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임시 처방이라는 지적이 있다. 경기도의 모든 임야를 허가구역으로 지정하진 않은 만큼 기획부동산이 허가구역이 아닌 임야를 사다가 쪼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획부동산이 경기도가 아닌 다른 시·도의 땅을 더 많이 구해다 파는 풍선효과 우려도 나온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기획부동산은 전국 단위의 판매 조직을 운영하기에 어느 땅이든 구하기만 하면 판매에 나설 수 있다”며 “다른 시·도에서도 기획부동산 판매 움직임을 탐지해 허가구역 핀셋 지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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