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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서 2주째 나발니 지지 시위…“체포자 수 더 많아져”

31일 러시아 전역서 나발니 지지 시위

현지 시민단체 “4,500명 이상 체포”

블링컨 美 국무 “평화 시위대에 거친 진압”

러시아 “내정 간섭 중단하라” 반발

러시아의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지난 3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시내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에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러 4,000여 명이 체포됐다.

지난 31일(현지 시간) 러시아 반정부 성향 신문 ‘노바야 가제타’와 A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극동과 서부 역외 영토 칼리닌그라드까지 11시간대에 걸쳐 있는 약 100개 도시에서 나발니를 지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 주말(23~24일)에 이어 2주째 러시아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진행된 것이다. 현지 비정구기구(NGO) ‘OVD-인포’는 이날 러시아 전역에서 4,500명 이상 체포됐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시위 체포자(약 4,000명)보다 더 많은 수치다. 특히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체포 과정에서 곤봉 등으로 심하게 구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에 모인 수천 명의 시위대는 이날 정오부터 저녁 6시 무렵까지 시내 곳곳에서 ‘나발니를 석방하라’, ‘푸틴은 도둑이다’, ‘푸틴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경찰은 모스크바 시위 참가자를 약 2,000명으로 추산했으나 현지 언론은 이보다 훨씬 많다고 전했다. 시위대는 당초 나발니가 자신에 대한 독살을 주도했다고 지목한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청사 인근 광장에 집결하려 했으나 경찰이 접근을 차단하자 그곳에서 멀지 않은 다른 광장과 거리로 이동해 산발적 가두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는 나발니가 수감 중인 모스크바 동북쪽의 '마트로스스카야 티쉬나' 구치소로 행진하며 막아서는 경찰과 충돌했다.

모스크바 경찰은 이날 시위대 집결을 막기 위해 시내 주요 지점에 병력을 집중 배치하고, 10곳에 가까운 지하철역을 폐쇄하는 한편 식당·카페 등에 영업 중단을 지시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모스크바 당국이 너무 많은 사람을 체포해 수감 시설에 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에선 시위에 참여하려던 나발니의 부인 율리야도 연행됐으나 재판 출석 확약을 한 뒤 석방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미국은 러시아에 나발니 석방을 촉구하고 시위대 진압을 비난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 당국이 평화로운 시위대와 취재진을 향해 2주 연속 거친 진압 전술을 사용한 것을 비난한다”고 밝혔다.

이에 러시아 외무부는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주권국들의 내정에 대한 간섭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러시아 시위대의) 법률 위반에 대한 블링컨 장관의 지지는 워싱턴의 막후 역할에 대한 또 하나의 방증”이라면서 “시위 조장 행동은 러시아 억제 전략의 일부”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로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이동하던 중 기내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이다가 혼수상태에 빠졌다. 이후 그는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회복했으며, FSB 소속 독극물 팀이 자신을 암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나발니는 지난 17일 귀국 후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돼 30일간의 구속 처분을 받고 구치소에 수감됐다. 러시아 교정 당국인 연방형집행국은 나발니가 지난 2014년 사기 사건 연루 유죄 판결과 관련한 집행유예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수배자 명단에 올라 있었다고 체포 이유를 설명했다. 집행국은 나발니의 집행유예 의무 위반을 근거로 모스크바 법원에 집행유예 판결 취소 및 실형 전환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재판은 오는 2일로 예정돼 있다.

나발니는 그러나 수감 중에도 유튜브를 통해 흑해 연안의 고급 리조트 시설이 기업인들의 기부로 푸틴을 위해 지어진 '궁전'이라고 폭로하는 영상물을 공개하는 등 저항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1억 회를 넘기며 반푸틴 여론을 부채질하고 있다. 노바야 가제타 등에 따르면 앞서 지난 23일에도 러시아 전국 110여 개 도시에서 10만 명 이상이 나발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바 있다. 모스크바에서만 2만 명 이상이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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