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에 복잡한 도시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해답은 기술에 있습니다. 체계적인 연구개발 지원을 통해 서울기술연구원을 기술 혁신과 창업 생태계의 산실로 육성하겠습니다.
지난 29일 서울 상암동 본원에서 만난 고인석(사진) 서울기술연구원장은 “오늘날 도시가 직면한 문제는 결국 도시가 나서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며 “서울기술연구원이 도시 문제 해결과 혁신 기업 육성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아까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고 원장은 지난 2018년 12월 출범한 서울기술연구원의 초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기존 서울시 산하에 서울연구원이 있었기에 일각에서는 별도 연구원 설립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냈지만 설립 2년을 갓 지난 서울기술연구원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다. 기술고시 출신으로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을 지낸 고 원장의 ‘기술 최우선’ 철학이 성공적으로 연구원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고 원장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연구원은 연구를 위한 연구를 해서는 안 되고 세상을 혁신하고 기업에 경쟁력을 더하는 기업형 연구원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숨어 있는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상용화와 사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서울기술연구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기술연구원은 출범 2년 동안 모두 112개의 연구과제를 수행했다. 그 사이 인력 규모도 108명으로 늘어 중견급 연구원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도시 지하를 관통하는 열수송관에 첨단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해 열수송관 파열 사고를 획기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우수 인력 확보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올해 예산은 지난해보다 18% 늘어난 212억 규모로 늘었다.
지난 2019년 6월 문을 연 신기술접수소가 서울기술연구원의 조기 안착을 이끈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민간의 혁신 기술을 상시 접수해 지원으로 이어주는 신기술접수소의 누적 방문자는 21만명에 이른다. 이 중 기술제안 건수가 484건이었고 기술 컨설팅은 17건을 수행했다. 민간 부문의 다양한 혁신 기술이 접수되면서 기술실증 대상도 2019년 27건에서 지난해 38건으로 증가했다.
국내 벤처기업이 신기술연구소에 제안한 기술은 실제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2회 세탁하더라도 KF80급 성능을 유지하는 ‘서울 에코 마스크’가 대표적이다. 정전기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거르는 ‘MB’(멜트블로운) 필터 마스크와 달리 1마이크로미터(㎛) 안팎의 미세한 기공이 있어 세탁 후에도 재사용이 가능하다. 습도에 민감하지 않아 장기간 보관이 쉽다는 것도 장점이다.
고 원장은 지난 2년 동안 제도 개선과 규제 개혁에도 역점을 뒀다. 지난 5월 연구원의 제안으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 29곳의 지방자치단체 투자출연기관이 독자적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연구원 자체적으로도 누구든 아이디어만 있으면 휴직한 뒤 창업할 수 있도록 새로 규정을 제정했다.
이달 말에는 서울의 미래상을 그려 도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미래서울보고서 2030’도 선보일 예정이다. 앞서 정부나 국책기관에서 관련 보고서를 발간한 적은 있지만 지자체 차원에서 대도시 단위의 전문적인 연구서를 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집단지성 융합 연구의 첫 사례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 원장은 “연구원 한 명이 최소 하나 이상의 응용기술을 개발하고 하나 이상의 창업기업을 지원하고 하나 이상의 정책반영을 이끌어내는 것이 서울기술연구원의 철학”이라며 “앞으로 서울기술연구원은 서울시민의 지속가능한 행복을 위해 미래 도시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서울이 글로벌 창업 도시로 도약하는 발판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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