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말 공연할 수 있는 거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는 한 앙상블 배우의 이 같은 기대 섞인 외침과 함께 막이 올라간다. 1930년대 대공황기의 미국 브로드웨이. 모든 공연이 멈춰선 상황에서 유명 제작자가 뮤지컬을 만든다는 소식에 배우들은 들썩인다. 짧은 한마디 대사에선 다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간절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2021년 2월. 두 달 넘게 멈춰 섰던 국내 공연계도 설렘 가득한 준비에 들어갔다. 정부의 공연장 좌석 띄어 앉기 기준 완화로 개막 연기·공연 중단 중이던 뮤지컬 시장이 공연 재개에 들어간 것이다. 뮤지컬 업계는 그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의 ‘관객 간 두 칸 띄어 앉기’로는 판매 객석이 30% 미만으로 떨어져 수익을 낼 수 없다며 ‘일행 간 띄어 앉기’로의 정책 수정을 요구해 왔다. 마침내 지난달 31일 ‘일행 간 두 칸 띄어 앉기’ 또는 ‘관객 간 한 칸 띄어 앉기’로 공연장 내 거리 두기를 완화한다고 발표하자, ‘기존 방침 유지 시 공연 취소’를 전제로 2월 둘째 주까지의 티켓 예매를 진행해 온 공연들은 일제히 개막을 공지하고 추가 티켓 판매에 들어갔다.
1일 공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막을 연기했던 뮤지컬 ‘맨오브라만차’가 2일 개막한다. 류정한·조승우·홍광호 등 국내 뮤지컬 계 대표 티켓 파워의 캐스팅으로 ‘피케팅(치열한 티켓 예매 경쟁)’을 예고했던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18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19 확산과 거리두기 2.5단계 유지로 일정을 미뤄야 했다. 단 세 번의 프리뷰만 진행한 채 개막을 무기한 연기했던 ‘명성황후’ 25주년 공연도 2일 개막을 결정했으며 ‘잠정 중단’ 상태였던 ‘고스트’와 ‘몬테크리스토’도 공연을 재개한다.
공연계는 그동안 “공연 관람 직전까지 함께 대화하고 식사하던 관객들이 공연장에서만 두 칸 띄어 앉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며 일행끼리 붙어 앉되 다른 일행과는 거리를 두는 대안을 요구해 왔다. 관련 단체들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송년 시즌 대목을 고스란히 날린 상황에서 새해에도 거리 두기 2.5단계가 유지되자 잇단 호소문을 통해 정책 수정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번 정부의 방침 완화로 판매 가능 좌석이 늘어나면서 업계는 그나마 한숨을 돌렸다는 입장이다.
대부분의 공연들은 ‘일행 간 두 칸 띄어 앉기’ 대신 ‘개인 간 한 칸 띄어 앉기’를 적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 현행 예매 시스템으로는 동반자 인원수를 특정해 자동으로 옆 좌석을 비우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예매를 진행한 뒤 공연 당일 현장에서 동반자 여부를 확인해 좌석을 조정해야 하는 절차 상의 번거로움이 불가피하다. 2일 공연 재개에 나서는 제작사와 공연장들은 좌석 운영 및 현장 대응에 대해 함께 의견을 나누며 세부 지침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동반자 확인 방법부터 개별 예매로 온 일행에 대한 대응 방침 등을 논의 중”이라며 “초반 혼선 우려가 있지만 최대한 공연 관람에 불편이 없도록 신속하게 매뉴얼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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