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직원의 돈을 빼앗고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 BJ(인터넷 방송 진행자)에게 법원이 징역 35년형을 선고했다. 이 남성은 부하직원에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혀 주식 관련 인터넷 방송을 시킬 계획이었으나 이를 거부당하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정부지법 형사합의13부(정다주 부장판사)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오모(41) 씨에게 징역 35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권고형을 뛰어넘은 중형이다. 양형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는 징역 17∼22년이다.
재판부는 또 오 씨에게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접근 금지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자수했으나 어떠한 사정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범죄를 저질렀다"며 "두 차례 강력범죄 전력이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법원과 경찰 등에 따르면 오 씨는 경기 의정부시 내 한 오피스텔 사무실에서 해외선물 투자 인터넷 방송을 진행했다. 그러나 대부업체 대출 등 1억원이 넘는 빚이 있었고 사무실 임대료와 가족 병원비 등 매달 1,500만원가량 필요했다.
오 씨는 지난해 3월 A(24·여) 씨를 채용했다. 주식 관련 지식을 가르친 뒤 노출이 심한 의상으로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게 해 수익을 낼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A 씨는 이를 거부했고 오 씨는 계획대로 되지 않자 범행을 결심했다.
이에 오 씨는 같은해 6월 29일 낮 12시 30분께 출근한 A 씨를 흉기로 위협한 뒤 밧줄 등으로 억압했다. 흉기와 밧줄은 미리 준비해 뒀다. 이후 A 씨에게 투자한 돈이라며 A 씨의 계좌에서 1,000만원을 빼앗았다.
오 씨는 경찰에 신고될까 두려워한 나머지 A 씨를 살해해 증거를 없애기로 했다. 같은 날 오후 10시께 A 씨에게 신경안정제와 수면제 등을 먹인 뒤 목 졸라 살해했다.
범행 직후 사무실을 나온 오 씨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으나 실패했다. 이후 3일 만인 7월 1일 경찰에 전화해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 수사 과정에서 오 씨는 특수강도죄와 특수강간죄로 각각 징역 3년 6월과 징역 3년을 선고받아 두 차례 복역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오 씨는 재판과정에서 "범행 당시 우울장애, 공황장애 등이 있어 약을 복용, 부작용으로 심신미약 상태였고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동휘 기자 slypd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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