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자 수가 줄어든다? 최근 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두고 혼선을 빚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 수준인 국내 담뱃값과 20%에 육박하는 국내 흡연율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집중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27일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2021∼2030년)을 발표하며 "담뱃값을 OECD 평균 수준으로 인상해 성인 남성과 여성의 흡연율을 2030년까지 각각 25.0%와 4.0%로 떨어뜨리겠다"고 밝혔다. 일부 언론이 이를 두고 '정부가 담배에 부과하는 건강증진부담금을 올려 담배가격을 8천원 선으로 인상할 계획이며, 술을 살 때도 소비자가 건강증진부담금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담뱃값 인상이 결국 '증세 목적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복지부는 지난달 28일 보도 설명자료에서 "담배가격 인상과 술에 대한 건강증진부담금 부과는 현재 고려하고 있지 않으며 추진계획도 없다"고 일축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리고 "(담뱃값 인상을) 전혀 고려한 바가 없으며 추진 계획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터넷 공간을 중심으로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우리나라는 담뱃값이 너무 싸 정부가 사실상 흡연을 조장하고 있다"는 의견과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았는데 증세 목적으로 담뱃값을 올리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서로 엇갈린다. 그렇다면 국내 담뱃값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어떤 수준이고,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 감소에 실제로 관여할까?
■ 한국 담뱃값 4.03달러, OECD 평균의 절반도 안돼…호주는 26.73달러
담뱃값은 국가별로 생산·판매되는 제품이 다양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 따라서 전 세계 판매 1위 담배 브랜드인 '말보로' 가격을 기준으로 국가별 담뱃값을 비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글로벌 물가비교 사이트인 넘베오(numbeo)에 따르면 OECD 37개국 평균 말보로 가격은 8.37달러다. 반면 우리나라는 4.03달러로 OECD 37개국 중 4번째로 저렴하다. 가장 비싼 국가는 호주로 26.73달러에 달하고, 뉴질랜드가 22.84달러, 아일랜드가 16.34달러, 영국이 15.05달러로 뒤를 잇는다. 말보로 제조국인 미국에서는 평균 가격보다 약간 낮은 8달러에 팔리고 있다. 일본은 4.8달러로 우리보다 0.77달러 비싸다. OECD 37개국 중 우리보다 가격이 싼 국가는 멕시코(2.95달러)와 터키(2.43달러), 콜롬비아(2.16달러) 3개국에 불과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원장(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에 비해 담뱃값이 지나치게 싼 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별로 담배가격에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나라마다 이른바 '담뱃세' 규모가 다른 탓이다. 한국 담배가격은 담배사업법 18조에 따라 담배 제조업자나 수입판매업자가 판매가격을 기획재정부 장관이나 시·도지사에게 신고한 뒤 공고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담배 판매인은 이렇게 공고된 판매가격으로만 담배를 판매할 수 있다. 제조업자와 수입판매업자가 판매가격을 정해 신고하도록 하지만, 실제 담배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은 담배가격의 73% 넘게 차지하는 이른바 '담뱃세'다. 이는 개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 담배소비세, 지방교육세,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을 포괄한다.
2015년 법 개정으로 한 갑당 596원의 개별소비세가 신설되고 담배소비세가 기존 641원에서 1천7원으로, 지방교육세가 321원에서 443원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354원에서 841원으로 각각 인상돼 현행 담뱃세 체계가 마련됐다. 대략 4,500원 정도의 담배 한 갑에 해당하는 담뱃세가 부가가치세 포함 3,318원(73.7%)에 달한다.
■ 담배 싸다고 흡연율 꼭 높진 않지만…2015년 인상후 흡연율 소폭 하락
OECD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15세 이상 국민의 흡연율은 20.0%였는데 2016년에는 18.4%, 2017년에는 17.5%로 조금씩 줄어들었다. 2015년 담뱃세 조정에 따른 담배가격 인상이 흡연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한국의 OECD내 흡연율 순위는 2014년 그해 조사가 이뤄진 28개국 중 13위, 2016년에는 21개국 중 9위, 2017년에는 23개국 중 10위를 각각 기록하는 등 번번이 중간 이상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치는 담뱃값이 한국의 흡연율을 지금의 수준으로 만든 원인일까?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종합계획에 담긴 의도와 같이, 담뱃값을 올리면 흡연율을 낮출 수 있을까?
우선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 등 경제력 변수를 배제한 채, 각 국가의 담뱃값과 흡연율을 단순 비교하면 국제적으로 둘 사이에 확실한 상관관계는 보이지 않는다. OECD 통계에 따르면 멕시코의 2017년 흡연율은 7.6%로, OECD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조사한 전체 가입국의 흡연율(가장 최근에 조사된 흡연율을 기준으로 비교) 중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멕시코의 담뱃값은 2.95달러로, 37개국 중 3번째로 싼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가장 낮은 흡연율을 보인 것이다. 반대로 담뱃값이 가장 비싼 호주의 흡연율은 2016년 12.4%로, 멕시코 흡연율의 1.6배를 기록했다. 또 담뱃값이 OECD 37개국 중 6번째로 비싼 프랑스는 2017년 37개국 중 2위인 26.9%의 흡연율이 나타났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담뱃값이 인상된 2015년 이후의 흐름으로 미뤄 가격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데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서홍관 원장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관계는 국가별로 담뱃값을 올렸을 때 흡연율 변동 추이로 판단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의 사례는 물론 호주 등 다른 국가 사례에서도 담뱃값 인상이 흡연율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혜인 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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