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12월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차트는 엠넷의 힙합 서바이벌 오디션 ‘쇼미더머니9’ 참가곡들로 가득했다. 그 중 미란이와 머쉬베놈의 음원 미션 곡이었던 ‘VVS’는 프로그램 초반부터 인기를 끌며 주요 음원차트 1위를 휩쓸어 눈길을 끌었다. 이 곡은 프로그램이 종영한 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차트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곡의 프로듀서를 맡았던 2인조 프로듀싱 팀 그루비룸(박규정, 이휘민)을 최근 서면으로 만났다. 이들은 “이 곡을 준비하기 위해 10곡 넘게 만들었던 것 같다”며 참가자 중 누구 한 명이라도 곡에 어울리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돌아봤다. 다양한 팀원들의 색깔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는 곡이 탄생하기까지 곡의 구성과 디테일에 상당한 신경을 쓴 것이 느껴진다.
그 결과 경연 당시 라이브가 전체 방송 중 최고였다는 호평이 쏟아졌다. 한 출연자가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프로그램에서 빠지는 바람에 공연 하루 전에 비어버린 부분을 나머지 두 사람이 채워 넣어야 했는데도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다.
1994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2015년 데뷔 이래 주로 힙합 장르의 곡들을 만들면서 이름을 알려왔고, 대중성과 음악성을 동시에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함께 작업한 뮤지션만 해도 박재범, 다이나믹듀오, 개리, 도끼, 헤이즈 등 주류부터 언더그라운드까지 다양하다. 함께 작업을 하자는 뮤지션들의 러브콜도 끊이지 않는다. 앞서 쇼미더머니9에서는 래퍼 저스디스와 한 팀을 이룬 프로듀서로 출연해 다양한 곡을 만들었고, 음원 차트에도 여러 곡을 진입시켰다. 그래서 오디션 참가자들 외에 그루비룸을 프로그램의 수혜자로 꼽는 이들도 적지 않다. 시즌마다 프로그램이 높은 인기와 동시에 거센 비판의 대상이 되다 보니 출연에 고민이 있었을 법도 하지만 두 사람은 “얻은 게 많다”고 돌아봤다. 음원 성적이 좋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좋은 인연이 생긴 것이 큰 소득이었다.
힙합 외에 EDM, 모던록, K팝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을 만들어 온 그루비룸은 앞으로도 작업 영역을 더욱 넓히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프로듀서는 뮤지션입니다. 한 장르에 갇혀 있는 것보다는 다양하게 할 줄 아는 음악가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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