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라는 수식어가 주는 무게와 그에 따른 책임을 실감합니다. 공정한 검찰권 행사로 군기강 확립과 장병·군무원의 인권을 보장하겠습니다.”
지난 1일 창설된 해군검찰단의 단장을 맡은 고민숙 대령(진급예정)은 해군 내 여군 가운데 첫 대령 진급자이자 검찰단의 첫 수장이다. 처음이라는 타이틀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하지만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 위한 각오는 남다르다.
해군은 육·해·공군 가운데 가장 먼저 검찰단을 창설하고 그동안 각 부대의 지휘관에게 부여돼 있던 검찰 지휘권을 일원화하게 됐다.
이에 따라 수사 지휘권 행사 부담이 줄어든 각급 부대 지휘관들은 기본 임무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장병과 군무원들의 인권 보장과 군기강 확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군의 초대 검찰단장을 맡게 된 고 대령은 지난 2004년 해군 법무관 25기로 임관해 군생활을 시작했다. 그 동안 1함대·교육사령부 법무실장, 해병대사령부 법무실장, 해군본부 법무과장, 국방부검찰단 고등검찰부장 등을 두루 거친 법 전문가다.
고 대령은 “해군검찰단의 초대 단장으로 발탁된 것은 개인적으로 매우 영예스럽게 생각한다”며 “검찰단의 임무와 역할을 정립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생각한다”며 공정한 검찰권 행사를 강조했다.
이어 “해군검찰단은 ‘고등검찰부’와 ‘보통검찰부’로 구성되는데 고등검찰부는 검찰사건의 관할 조정, 항소·상고 사건에 대한 공소 유지, 과학수사 장비 관리 및 디지털 증거분석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또 보통검찰부는 관할 형사사건 수사, 변사자 검시·부검 지휘 등을 담당한다”며 “보통검찰부는 기존 장성급 부대마다 설치된 검찰 조직을 통합해 전국 11곳에 해군검찰단 보통검찰부 소속 수사과를 설치해 지역별로 형사사건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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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군인이 된 것은 법조인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고 대령은 “법조인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하던 중 군법무관이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여군으로서, 또 법조인으로서 군에서 근무하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여군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뜻을 품고 입대한 만큼 ‘해군’과 ‘군대’ 그 자체가 고 대령에게는 소중한 공간이며, 이 곳에서 보람도 많이 느낀다.
그는 “군에서 근무하는 분들은 모두 국가와 국민의 위해 희생하고 봉사하는 사람들이인데 그들을 지켜보며 같이 일을 하다 보니 소중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더 커가고 있다”면서 “해군 그리고 군대는 한 배를 탄 ‘전우’이고 ‘우리’이며, 해군의 일원이라는 게 자랑스럽다”고 전우애를 드러냈다.
지난 2012년은 고 대령의 자긍심이 더욱 높아지는 계기가 된 해였다. 당시 3개월 가량 해외의 여러 나라를 돌며 한국 해군의 위상을 실감했다. 고 대령은 “2012년에 105일간 순항훈련단 법무참모로 편승해 미국·러시아·멕시코·콜롬비아·호주·중국 등 10개국을 돌았다”며 “이때 세계속의 우뚝 선 대한민국의 위상에 걸맞는 군사외교활동 임무를 수행했는데 한국 해군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고 대령의 가장 큰 목표이자 관심사는 장병과 군무원의 인권 보장이다. 업무의 방향을 이런 부분에 맞추다 보니 고 대령으로 인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된 병사도 있는가 하면 인권에 새롭게 눈을 뜬 이들도 있다.
그는 “인권과장으로 일할 때 밤 9시쯤 병사가 상담전화를 걸어왔는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낌새가 있어 즉시 부대원들에게 연락을 해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그 병사의 생명을 구한 일이 있었다”며 “범죄 피해자들이 군대에서 다시 안정적인 생활을 하면서 ‘고마웠다’라고 말을 전해줄 때면 그 동안의 피로가 다 없어진다”며 군생활의 보람을 전했다.
해군에서의 여군 비율은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해군·해병대에는 2,400여명(해군 1,900명, 해병 540여명)의 여군이 근무 중이며, 이는 7.4%를 차지하는 비율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초 여군 대령’과 ‘최초 검찰단장’이라는 수식어를 갖게 된 고 대령은 해군 여군 가운데 가장 계급이 높은 셈이고 또 후배 여군들에게 있어 롤모델이기도 하다.
그는 후배여군들을 향해 “중간에 포기하지 말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군생활이 녹녹치 않겠지만 이는 다른 군인들도 마찬가지다”며 “‘왜 나만 힘들까’라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희망을 가지고 나아가라”고 조언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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