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투기 '스파링'을 가장해 학교 폭력을 휘둘러 동급생을 크게 다치게 한 고등학생들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 심리로 3일 열린 첫 재판에서 중상해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주거침입 혐의로 구속기소 된 A(17)군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검찰 측 증거에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다. 공범인 B(17)군의 변호인은 "피해자에게 중상해를 입힌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복싱 스파링을 가장해 사전에 공모했다는 부분은 부인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부터 (피해자를 혼내주려고) 스파링을 가장해 상해를 입힌 건 아니다"라며 "(범행) 중간부터 스파링 정도를 넘어 마구잡이식으로 피해자를 폭행했고 그때 A군과 공모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A군 등 2명과 함께 범행 장소인 아파트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 몰래 들어간 혐의(폭처법상 공동주거침입)를 받는 B군의 여자친구 C(17)양 역시 이날 함께 재판을 받았다. 혐의를 모두 인정한 C양은 변호인을 통해 "남자친구인 B군이 (커뮤니티 체육시설로) 같이 가자고 해서 들어간 것"이라며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A군과 피해자의 부모를, B군 측은 사건 발생 현장에 함께 있던 C양을 각각 증인으로 신청했다. A군 등 2명은 지난해 11월 28일 오후 3시께 인천시 중구 한 아파트 내 주민 커뮤니티 체육시설에 몰래 들어가 동급생 D(17)군을 폭행해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조사 결과 이들은 격투기 스파링을 하자며 D군에게 머리 보호대를 쓰게 한 뒤 2시간 40분가량 번갈아 가며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따. A군은 "B군과 각자 다른 글러브를 끼고 피해자를 때렸다"고 진술한 반면 B군은 "한 글러브를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서로 번갈아 가며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휴관 중인 아파트 내 체육시설에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몰래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해당 사건은 피해자의 부모가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서 가해자들의 엄벌을 호소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청원인은 "잔인하고도 무서운 학교폭력으로 우리 아들의 인생이 망가졌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고, 해당 청원 게시물에는 37만명이 넘는 누리꾼이 동의했다. D군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의식 불명 상태였다가 한 달여 만에 깨어났으나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혜인 인턴기자 understand@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