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출신의 유명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는 1841년 정육점을 운영하는 가난한 집안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장남에게 가업을 물려주려 했지만 남다른 재능을 알아본 교사의 권유로 음악학교에 입학하면서 작곡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 19세기 동유럽에서는 민족 고유의 특색을 살려 음악을 만들었던 작곡가를 가리켜 ‘국민악파’라고 불렀는데 드보르자크는 체코 국민악파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체코 고유의 신화나 전설·역사 등을 주제로 곡을 만들었는데 대표적인 곡이 체코에서 전해 내려오는 물의 정령을 소재로 한 ‘루살카(Rusalka)’다.
안개 자욱한 보헤미안 숲에 살던 루살카가 인간 세상의 왕자와 사랑에 빠져 마녀에게 목소리를 넘겨주는 대신 인간이 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긴 왕자로부터 배신을 당하면서 인간도 정령도 아닌 존재로 저주를 받게 된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이 오페라는 1901년 프라하 국립극장에서 초연된 후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오페라 중 하나가 됐다. 특히 1막에서 루살카가 달을 바라보며 자신의 사랑을 왕자에게 전해달라며 부르는 ‘달에게 바치는 노래(Song to the moon)’는 아리아의 백미로 꼽힌다. 서정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선율로 오페라뿐 아니라 드라마나 영화 등의 배경 음악으로도 종종 쓰인다.
최근 ‘달에게 바치는 노래’가 때아닌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이었던 1월 24일 KBS ‘열린음악회’에서 이 노래가 연주되며 논란이 커진 것이다. 2019년 1월 27일에도 열린음악회에서 같은 곡이 연주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구심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 방송사의 수신료 인상 추진과 ‘억대 연봉 직원의 조롱 글’ 등이 파장을 키우며 시민들의 공분까지 사고 있다.
KBS는 ‘오비이락’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 편향성 논란에 휘말렸던 전력을 고려하면 쓴소리가 나올 법도 하다. 이참에 영국 공영방송 BBC가 신뢰를 받는 것이 ‘친정부 방송’이 아니라 ‘국민의 방송’이라는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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