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전기의 무신 남이(1441~1468) 장군은 28세에 병조판서로 기용되는 등 출세가도를 달리다가 이듬해 모함을 받아 역적 누명을 쓰고 참수됐다. 그 남이는 어디에 묻혔을까. 경기도 춘천 남이섬에는 남이가 묻혔다는 돌무더기가 있다. 남이섬이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유래됐다. 봉분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무덤 인근 돌을 함부로 가져가면 집안에 우환이 생긴다는 이야기도 전해 내려왔다. 그런데 경기도 화성시 비봉면에도 남이의 무덤이 있다. 이 무덤은 남이와 그의 부인을 함께 모신 쌍분묘 형태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당시 대역죄인은 무덤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책 '56개의 공간으로 읽는 조선사'는 역사학자인 신붕주 건국대 교수가 지난 30년 간 답사한 수많은 현장의 기록을 담고 있다. 책에서 다룬 56개 공간은 구체적인 시대와 인물, 사건을 통해 조선왕조 500년이라는 역사의 흐름을 조망한다. 왕 또는 왕실과 연관된 공간을 중심으로 하면서도 시대를 이끌어간 인물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공간을 소개해 조선 역사를 더욱 풍요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태조의 무덤이 경기도 구리시 검암산 자락에 조성된 까닭과 동대문 밖에 여인시장이 형성된 배경, 속리산 법주사와 오대산 상원사에 세조의 흔적들이 남게 된 경위, 현종과 온양온천의 인연 등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1만7,000원.
/최성욱 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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