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청년벤처창업펀드(C-Fund) 투자를 받은 에임트는 지난해 ‘예비 유니콘’에 선정되면서 ‘대구 1호 유니콘’의 꿈을 키우고 있다. 이 회사의 주력 제품은 냉장고·정수기 등 가전제품에 주로 사용되는 고성능 진공단열재다. 삼성전자에서 냉장고용 진공단열재를 연구해 온 갈승훈 대표 등 청년 5명이 지난 2016년 공동 창업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8년 대구 성서산업단지에 생산공장을 건립했고 창업 초기지만 지난해 1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지금까지 창업펀드 등으로 받은 누적 투자 유치액이 77억원에 이른다. 갈 대표는 “지방에는 기술력을 갖추고도 투자처를 찾지 못해 성장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은데 지자체가 중심이 된 공공 창업펀드가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열악한 지역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대구·경북에서 창업·벤처펀드가 잇따라 조성되면서 벤처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마중물이 되고 있다.
4일 대구시와 경북도에 따르면 대구시는 지난 2016년 이후 창업지원펀드 11개 1,734억원을 조성해 지역 창업기업 233개사에 658억원을 투자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유망 스타트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220억원 규모의 ‘포스트 코로나 벤처투자펀드’를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모태펀드 출자사업 공모에 선정된 대구 기반 벤처캐피탈인 인라이트벤처스가 운용사로 참여했다.
이들 펀드는 투자자금 확보를 위해 수도권 이전을 계획했던 기업의 지역 안착은 물론 성장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에임트가 중소벤처기업부의 ‘예비 유니콘’에 선정된 것을 비롯해 펀드 투자를 받은 아스트로젠, 쓰리아이, 프링커코리아 등 3개사가 ‘아기 유니콘’에 선정되는 성과를 냈다.
시는 투자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올해도 포스트 코로나 벤처투자펀드 등을 통해 100억원을 투자해 창업기업 발굴과 육성에 나설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벤처캐피탈, 액셀러레이터, 엔젤클럽, 개인투자자 등 민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네크워킹도 강화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에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고도 성장기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예비 IPO 지원사업’도 차질없이 진행한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창업지원 기업 중 첫 상장기업을 배출한다는 목표다. 김태운 대구시 일자리투자국장은 “창업지원 기업 가운데 유니콘 기업이 배출될 수 있도록 혁신 창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경북도에서도 지난해 우수 벤처기업 발굴과 육성을 위한 펀드를 집중 조성하면서 ‘벤처펀드 1,000억원 시대’가 가시화하고 있다. 680억원 규모로 조성된 ‘기술혁신전문 G&G펀드1호’는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 벤처펀드 가운데 최대 규모다. 한국성장금융(300억원)·경북도(60억원)를 비롯해 경기도, 농협은행, 대구은행, 우리프라이빗에퀴티자산운용 등이 모두 680억원을 공동 출자해 조성했다.
전국 공모를 거쳐 선정된 포스코기술투자와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가 공동 운용한다. 기술력을 갖춘 유망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체계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경북으로 이전을 앞둔 벤처기업을 조기에 선점해 집중 투자하는 것이 목표다. 이 밖에 ‘케이앤지방상생일자리투자펀드’(161억원) ‘경북창조경제혁신펀드’(120억원) 등도 지난해 본격적인 운용을 시작하고 창업기업의 생애주기에 맞춘 투자를 진행 중이다.
경북도 관계자는 “대구와 경북은 상대적으로 창업 생태계가 취약했지만 창업펀드와 벤처펀드가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앞으로도 펀드를 통한 혁신 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미래 선도산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재편하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안동=손성락 기자 ss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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