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잃어버리고 나서 힘들게 살아왔는데 살아생전에 이렇게 만나게 돼 정말 감사해요."
36년 전 길을 잃고 아동보호 시설에서 지내다가 미국으로 입양된 4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어머니와 오빠를 다시 만났다.
4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미국으로 입양된 한인 이 모(41) 씨와 생모 김 모(67) 씨, 오빠 이 모(46) 씨가 화상 통화로 상봉했다.
어릴 적 경기 성남시에서 가족과 함께 지냈던 이 씨는 6세 때인 1985년 친구들과 다른 동네로 놀러 갔다가 길을 잃어 아동보호 시설에서 생활하게 됐다. 하지만 시설에서 임시 보호를 받는 동안 가족을 찾지 못했고 결국 미국으로 입양 절차를 밟게 됐다.
미국으로 간 이 씨는 성년이 된 후에도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자 했으나 한국어를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외교부에서 유전자 검사를 통해 한인 입양인의 가족 찾기를 도와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해 10월 미국 LA 총영사관에 도움을 청했다.
총영사관으로부터 이 씨의 가족 찾기를 의뢰받은 국내 아동권리보장원은 당시 입양 기록 내용 등으로 미뤄볼 때 이 씨가 실종 아동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실종 당시 관할서인 성남중원경찰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경찰은 이 씨의 입양 기록을 분석하고 입양인과 e메일로 수십 차례 연락하며 이 씨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사람 1,396명을 추려냈고 이들의 주소지 변동 이력 등을 면밀히 살핀 끝에 친모와 오빠들을 찾아냈다.
화상 통화로 가족과 재회한 이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종식되면 한국을 방문해 가족을 직접 만나겠다"고 말하며 상봉을 도운 경찰·아동권리보장원 등 관계 기관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화상 상봉은 2시간 30분에 걸쳐 진행됐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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