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 우리 눈에서 카메라 렌즈 역할을 수정체의 조절력이 약해지고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고 혼탁해진다. 백내장인데 노화가 주요 원인이다. 흡연·스트레스·자외선과 눈 속 염증, 당뇨병·유전질환·외상 등도 영향을 미친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빛이 수정체에 막혀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 모두 잘 보이지 않고 밝은 곳, 야간운전 중 맞은 편에서 오는 차의 헤드라이트 눈부심으로 큰 불편을 겪게 된다. 색깔 구분능력이 떨어지고 물체가 겹쳐 보이기도 한다.
혼탁의 정도는 나이가 들수록 심해져 진행을 더디게 하는 약물치료를 하다 불편이 심해지면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백내장 수술을 받게 된다. 2019년 백내장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만 148만명에 이른다.
인공수정체는 근거리나 원거리 중 하나를 잘 볼 수 있는 ‘단초점’, 근거리와 원거리 모두 잘 볼 수 있는 ‘다초점’과 난시 교정용으로 나뉜다. 따라서 눈 상태와 생활방식·직업, 예를 들어 서류·컴퓨터 같은 근거리 작업을 많이 하는지 또는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지 등을 고려해 적합한 것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근래에는 가까운 초점거리도 30㎝, 40㎝, 50㎝ 등 여러 종류가 있다.
◇단초점만 건보 적용…다초점 제품 100만~280만원 수준
수술비(수술행위료)는 같지만 인공수정체는 단초점 제품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다초점 제품은 하나에 100만~250만원(김안과병원, 난시 다초점은 280만원)가량을 전액 본인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단초점 인공수정체는 원거리를 잘 보이게 하고 근거리는 돋보기나 안경으로 보완하는 경우가 많다. 근거리를 잘 보이게 했다면 원거리는 안경을 껴야 한다. 수술 후 빛 번짐이 적고 적응이 빨라 바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황반변성·당뇨망막병증 등 망막질환자에게도 우선적으로 권유한다. 성격이 예민하거나 아주 정밀한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은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수술과 인공수정체 모두 건강보험이 적용돼 병·의원에서 20만원가량(수술 전 심기능 측정 등을 할 경우 검사비 별도)만 본인부담하면 된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돋보기나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다. 대부분 근거리·원거리 시력이 함께 교정돼 백내장은 물론 노안 치료 효과도 볼 수 있다. 다만 몸 상태가 안 좋거나 야간 활동 시 선명도가 떨어지고 빛번짐이 있을 수 있다.
다초점 인공수정체는 다시 연속초점·이중초점·삼중초점 제품 등으로 나뉜다.
연속초점 제품은 중간거리·원거리 물체를 비교적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상이 흐려지는 색수차를 줄여 단초점 제품을 이식했을 때보다 원거리 시력이 월등히 향상된다. 야간 빛 번짐 현상도 줄여준다. 야외활동을 즐기거나 밤에 운전 등 야간 활동이 많다면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운전하면서 내비게이션을 보는 정도는 문제가 없지만 장시간 서류·컴퓨터 작업 등을 할 경우 안경이 필요할 수 있다.
이중초점 제품은 근거리·원거리를 잘 볼 수 있고 빛 번짐이 적지만 중간거리 선명도는 다소 떨어진다. 삼중초점 제품은 근거리·중간거리·원거리 시력이 모두 교정된다. 근거리 작업(서류·컴퓨터 등)이나 실내활동이 많은 사람에게 적합하다. 원거리 시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김안과병원 이용자 85%-단초점, 11.5%-다초점·난시용 선택
하지만 지나친 기대는 큰 실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김병엽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교수는 “인공수정체는 기능이 한정적이고 야간 빛번짐이 있어 야간운전을 자주 하는 사람이라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안구건조증이 심한 사람, 불규칙 난시가 있는 사람, 동공이 큰 사람도 수술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백내장 치료와 난시 교정을 겸할 수 있는 난시 인공수정체도 다초점 제품이 있다. 백내장 수술 후 난시 교정용 안경을 착용하는 불편을 덜 수 있다. 스포츠·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환자 등에게 적합하다. 난시 인공수정체는 100만원 안팎, 다초점 제품은 280만원가량 한다.
안과 병·의원에 따라 다초점 인공수정체를 권하는 ‘강도’와 가격에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김안과병원의 경우 연간 1만건 이상의 백내장 수술을 하는데 2019년의 경우 11.5%가 다초점 인공수정체, 3.5%가 난시 인공수정체를 이식했다.
백내장센터 권영아 전문의는 “인공수정체 결정 만큼 중요한 게 수술 시기”라며 “백내장의 진행 정도, 환자의 불편 정도 등을 고려해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하고 정밀검진을 통해 수술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내장이 많이 진행되면 수정체 색깔이 짙은 갈색이나 흰색으로 바뀌고 딱딱해지는(과숙 백내장) 데다 주변의 지지 구조물도 약해져 수정체를 깨고 인공수정체로 교체하기가 어려워진다.
백내장 수술은 고혈압·당뇨병 등 내과 질환, 망막이상 등 안과질환이 있거나 녹농균 등 감염사고가 발생하면 자칫 시력을 잃는 경우도 있으므로 가볍게만 생각해서는 곤란하다. 황제형 인제대 상계백병원 안과 교수는 “심장·뇌혈관 질환 등 전신질환으로 백내장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수술 전부터 내과·신경과 등의 전문의들이 함께 관리해야 한다”며 “수술 부위가 안정되고 시력이 호전될 때까지 수술 후에도 환자 개개인의 눈에 맞춰 관리하고 진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웅재 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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