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7일 단행한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포인트는 현 정권 관련 수사를 담당하는 검사장들이 대거 유임됐다는 것이다. ‘월성 원전 1호기 수사’를 지휘하는 이두봉 대전지검장과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사건’을 맡은 문홍성 수원지검장이 유임됐다.
이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는 명분을 지키면서 검찰 내부의 반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인사에서도 ‘패싱’당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기존 수사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정권 견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박 장관이 이 지검장과 문 지검장을 교체하지 않은 것은 우선 ‘업무의 연속성’이라는 명분으로 이 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중앙지검장을 유임시킨 채 다른 지검장들만 교체한다면 ‘수사 방해’ 의도로 읽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이들 지검장을 유임시킨 것은 검찰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양새를 갖추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 윤 총장은 박 장관과의 만남에서 이 지검장을 유임해달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월성 원전 수사의 경우 현 단계에서 지검장 교체는 실익이 없다고 계산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대전지검이 최근 청와대 행정관을 조사하는 등 수사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다. 만일 수사를 지휘하는 지검장이 교체돼 기존의 결과와 다른 방향으로 바뀌면 수사 라인에 있는 검사들의 반발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찰의 6대 중대 범죄 수사를 수사청으로 이관하는 작업에 불똥이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번 인사가 정권 수사를 훼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면 수사청 신설은 검찰의 권력 수사를 완전히 봉쇄하기 위한 수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오는 6월까지 수사청 분리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성윤과 이두봉 등을 동시에 유임함으로써 정권 수사 지휘에 관해서는 검사들이 비판·반발할 여지를 없앴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에서 별다른 실익을 거두지 못한 윤 총장이 정권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부여된 권한을 십분 행사할지 관심이다. 월성 원전 수사는 8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본격적인 청와대 연루 수사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학의 사건의 경우 이 중앙지검장의 연루 의혹 규명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조권형 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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