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문제가 심각하지만 플라스틱 용기를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지요. 코코넛 껍질 같은 가공식품 부산물을 플라스틱과 섞어 만들면 그만큼 플라스틱 비중이 줄어 환경·기업·소비자 모두를 위한 적절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친환경 플라스틱 스타트업 테코플러스의 유수연(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폐기되는 부산물을 활용한 이른바 ‘식물 플라스틱’은 친환경적이면서 강도와 기능에서도 일반 플라스틱에 뒤지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테코플러스가 개발한 식물 플라스틱 원료에는 코코넛 껍질 등 천연 재료가 30~40% 섞여 있다. 천연 혼합물 양만큼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석유화학 원료가 덜 들어가지만 제조 공정이나 내구·내열성 등은 일반 플라스틱과 차이가 없다. 단지 광택이 덜하고 코코넛 껍질 가루 등이 들어가 겉면에 푸른 점이 촘촘히 박혀 있는 게 다른 점이다.
유 대표는 “자연에 버려지는 천연 부산물(바이오매스)을 재활용하는 이점이 있다”며 “석유화학 재료 절감으로 제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함께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친환경 플라스틱에 관심을 갖고 지난 2016년 창업한 유 대표는 처음에는 옥수수 부산물 등 자연에서 생분해되는 플라스틱 대체재를 찾았다. 전국 50여 군데 공장들을 다니며 생분해 원료를 수소문했지만 가격도 비싸고 불량률도 높아 생산할 수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범용성이 떨어지는 생분해 원료 대신 유 대표가 선택한 것이 바이오매스다. 2년여 동안 시행착오 끝에 플라스틱과의 결합성과 내구성에서 우수한 성질을 보인 코코넛 껍질을 섞는 제조법을 개발했다.
그는 “그동안 거론된 생분해 용기 등은 대부분 수입품인 데다 가격도 플라스틱에 비해 3~4배 비싸다”며 “이에 반해 바이오매스를 섞은 플라스틱 가격은 일반 플라스틱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테코플러스의 플라스틱은 현재 아모레퍼시픽의 일부 화장품 용기나 국내 대형 편의점 업체 도시락, 포장 용기 등 20여 개 기업에서 쓰이고 있다. 보관함이나 유아용 식기 등 테코플러스 원료를 이용해 판매되는 생활용품도 20여 종에 이른다.
그는 “국내는 물론 미국 농무부의 바이오 소재 인증 등 해외에서도 친환경·안전성을 인정받았다”며 “용기들을 사용해본 후 안심된다는 소비자들의 반응도 많다”고 설명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10년간 직장 생활을 한 유 대표는 무역 회사에서 신사업 분야를 담당하면서 친환경 플라스틱 시장성을 확신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해 그는 비효율적인 수거·재활용 시스템을 개선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한다. 그는 “재활용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도록 친환경 재료로 플라스틱 비중을 줄이는 방법을 계속 고민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새로운 혼합재로 식혜나 맥주를 만들면서 폐기되는 찌꺼기 등도 눈여겨보고 있다. 그는 “올해 다양한 바이오매스의 기초연구에 나설 계획”이라며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현욱 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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