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 미국과 옛 소련의 최초 핵무기 감축 조약을 끌어냈던 조지 슐츠(사진)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6일(현지 시간)10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수 국무장관이던 슐츠 전 장관은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6년 넘게 국무장관을 지냈으며 그에 앞선 리처드 닉슨 정부에서도 노동장관과 재무장관·예산관리국장을 역임했다.
7일 AP통신은 “슐츠 전 장관은 1980년대의 대부분을 소련과의 관계 개선과 중동 평화 로드맵 구축에 보낸 인사”라며 “그는 생존해 있는 역대 정부 전직 내각 각료 중 최고령이었다”고 전했다.
슐츠 전 장관은 1987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중거리 핵전력 조약(INF)’을 체결할 때 협상을 주도했다. INF는 사거리 500∼5,500㎞인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의 생산·실험·배치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냉전 시대 군비경쟁을 종식한 문서로 꼽힌다.
이 조약에 따라 양국은 1991년 6월까지 중·단거리 탄도·순항미사일 2,692기를 폐기하는 성과를 거뒀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외에도 1991년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감축에 합의한 전략무기감축협정(스타트·START)을 맺었고 이는 2011년 ‘뉴스타트’ 협정으로 이어졌다. 미국과 러시아 양국은 이를 5년 연장하는 안을 최근 발효시켰다.
1920년 뉴욕에서 태어난 슐츠 전 장관은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국제학을 공부한 뒤 2차 세계대전 기간 해병대에 입대해 장교 생활을 했다. 이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고 MIT와 시카고대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슐츠 전 장관은 최근까지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명예교수이자 후버연구소 특별연구원으로 활동해왔다.
그는 국무장관 재직 시절인 1983년 레이건 당시 대통령 방한을 수행하는 등 여러 번 방한했다. 1992년에는 세계 평화와 인류 화합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제2회 서울평화상을 수상했다.
후버연구소장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슐츠는 모든 면에서 위대한 미국의 정치가이자 진정한 애국자”라며 “그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든 사람으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고 추모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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