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전 비서 A씨를 살인죄로 고발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김재련(사진) 변호사가 8일 "이성에 기반하지 않은 믿음은 곧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부지검 발표, 중앙지방법원 판결, 국가인권위 결정을 통해 왜 박 전 시장이 사망했는지, 피해자가 어떤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한 사실관계가 정리·발표됐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를 살인녀로 고발하겠다는 주장에 동참하겠다는 사람이 1000명이 넘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친문 성향 시민단체인 적폐청산 국민참여연대가 지난달 23일 피해자를 무고죄와 살인죄로 고발하겠다고 한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피해자 신상 정보가 인터넷을 떠도는 것뿐 아니라, 자신에게 '피해자를 대리하는 노랑대가리를 자살시켜야 한다'는 댓글 등이 달리는 것을 언급하며 "그들에게 '사실'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듯 하다. 국가기관이 인정한 사실도 그들 앞에서는 무력하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이성에 기반하지 않은 믿음은 곧 폭력"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이성적 판단능력을 가진 시민들이 그들의 선동에 대해 ‘멈추라'고 용기내어 주는 동참"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또 "그들이 꿈꾸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A씨가 피해자로 임한 별건 재판 1심과 인권위 조사 등에서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 일부가 사실로 판단된 상황이지만, 2차 가해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지난달 14일 별건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이 성추행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A씨 진술을 언급했다. 당시 재판은 A씨에 대한 준강간상해 혐의로 기소된 동료직원 B씨에 대한 것으로,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진술한 내용을 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인권위도 지난달 25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두고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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