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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무모한 도전, 망상이라지만 뭉클하다[리뷰-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소설 '돈키호테' 무대위 올라

"이룰 수 없어도 내 길 가리…"

꿈 향한 모험에 따뜻한 울림

조승우 등 배우들 감동 열연





모두가 미친 세상에서는 정신 나간 인간이 가장 멀쩡한 존재인지도 모르겠다. 여기 사람들이 미친 노인이라 손가락질하는 이가 있다. 그의 이름 하야 알론조 키하나. 자신을 용감한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라고 굳게 믿는 그는 풍차를 보고는 ‘거인 괴물’이라 하며 돌진하고, 여관 주인을 ‘영주님’으로, 그리고 천한 거리의 여인을 ‘고결한 레이디’라고 칭송한다. 꿈꾸는 미친 자가 마주하는 것은 어두운 현실 속에서 꿈을 거세당한 수많은 제정신의 사람들. 괴짜 노인과 그의 시종 산초의 좌충우돌 모험은 보여준다.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임을.



매력의 사나이, 망상가 돈키호테가 돌아왔다. 지난 2일 개막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코로나 19 확산 속에 개막을 한 차례 연기한 끝에 어렵사리 관객과 다시 마주했다. 2005년 국내 초연 이후 9번째 시즌이지만, 이번 공연은 유독 대사와 가사 한 구절 한 구절이 새롭게 다가온다. ‘어두운 현실, 희망조차 없고 멀지라도 주어진 길을 가겠다’는 어느 미친 노인의 노래가 절실하게 와 닿는 때이기 때문이다.

맨 오브 라만차는 교회에 세금을 부과해 신성 모독죄로 감옥에 갇힌 작가 세르반테스가 종교재판을 기다리며 죄수들과 함께 자신이 쓴 소설을 공연하는 극 중 극 형식의 뮤지컬이다. 실제로 세금 징수원으로도 일했던 것으로 알려진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삶을 그의 풍자 소설 ‘돈키호테’와 엮어 만든 브로드웨이 작품이다.



정상과 비정상의 전복은 이 작품의 주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모든 것이 차단된 감옥에서 ‘갇힌 자들’이 꿈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정작 자유로워야 할 바깥 세상에서는 종교재판이 다수의 꿈과 자유를 구속한다. 알론조 키하라의 삶 역시 그러하다. 해맑았던 망상가는 정신을 차린 뒤 힘없고 죽음에 다가선 한 명의 노인이 되고 만다. 모두가 미쳤다고 손가락질해도 ‘나는 용맹한 라만차의 기사 돈키호테’라고 굳게 믿던 그가 적나라한 현실(거울)을 마주하는 순간 생동하던 그의 꿈은 멈춰 선다. 남은 것은 이룰 수 없는 꿈과 이길 수 없는 싸움, 딸 수 없는 별 뿐이다.

심금을 울리는 대표곡 ‘이룰 수 없는 꿈’은 이 작품의 백미다. ‘꿈 이룰 수 없어도, 싸움 이길 수 없어도 (중략) 희망조차 없고, 또 멀지라도 오직 나에게 주어진 이 길을 걸으리라.’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의 외침은 이 한 곡에 오롯이 녹아 있다. 연극을 끝낸 세르반테스는 종교재판을 받으러 나서며 이렇게 읊조린다. “신이여 도우소서. 우리 모두 라만차의 기사입니다.” 꿈꾸는 것조차 고된 2021년 현실을 사는 우리를 위한 기도요, 주문이다. 가슴 따뜻한 메시지에 류정한, 조승우, 홍광호 등 배우들의 열연까지 더해진 무대는 그 자체로 감동의 선물이다. 3월 1일까지 샤롯데씨어터.

/송주희 기자 ssong@sedaily.com 사진=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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