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보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코백스(COVAX)를 이용하겠다고 밝히면서 비판을 받고 있다고 9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코백스는 백신 확보 전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빈곤국들을 위한 것인데, 캐나다가 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캐나다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해 코백스를 이용하겠다고 밝혀 비판을 받았다. 가디언은 "캐나다도 부유한 국가들이 빈곤국들을 보조하기 위한 코백스 프로그램을 통해 접종할 자격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이미 제약회사와 거래를 마쳤기 때문에 '더블딥(이중수령)'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토대의 질리언 콜러 교수는 "코백스에 의지하는 것은 백신 정책에 있어 트뤼도 정부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도 "빈곤국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다자간 기관으로부터 (백신 공급을) 빼앗는 것은 충격적이고 당황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캐나다 내부에서도 비판이 일고 있다. 코백스를 이용하겠다는 결정은 캐나다의 국제적 위상은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애너미 폴 녹색당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더블딥해서는 안된다"며 "캐나다인들은 물론 우리의 이미지에도 매우 나쁘다"고 말했다.
캐나다 정부가 코백스에까지 손을 뻗은 것은 일관적인 백신 공급 확보에 실패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 화이자 및 모더나와 코로나19 백신 공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지난주 화이자의 백신이 도착하지 않고 모더나의 경우 출하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등 공급에 있어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백신 공급량이 충분하지 못하면서 현재 캐나다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비율은 2.38%에 불과하다. 여타 선진국과 비교할 때 턱없이 낮은 비율이다.
가디언은 캐나다의 문제 중 하나는 국내 생산 능력이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자체 공급량을 자국에서 생산하기로 합의한 일부 국가와 달리 캐나다의 경우 이 같은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는 것이다. 캐나다 정부가 백신 생산시설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지만, 2022년에나 가동이 가능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처럼 백신 확보를 두고 비판이 일면서 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하락하고 있다. 캐나다의 리서치 기관인 앵거스 리드 인스티튜트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백신 공급에 있어 신뢰한다는 응답이 지난 6주 동안 약 10%p 하락했다. 다른 조사에서도 백신과 관련된 정부의 처리를 묻는 질문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이 19%p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코백스는 상반기까지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145개국에 약 3억3,700만 회분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중 한국은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백신을 최소 259만6,800회분,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11만7,000회분을 받게 된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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