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부터 국내에서 영국 아스트라제네카(AZ)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본격화하면서 그 효과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정부는 백신 접종 시작 시기가 확정되기 한 달도 더 전부터 “지난해에는 ‘K-방역’, 올해는 ‘K-접종’ 신화를 쓰자”고 강조하고 있지만 전문가와 일반인들은 아직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11월 집단면역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백신 수급 시기, 국민들의 접종 참여, 변이바이러스 출몰·확산 여부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15일부터 다시 하향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도 백신 도입을 계기로 조만간 다시 한 번 체계를 손 볼 것으로 예상된다.
정 총리 “26일부터 AZ 접종…화이자도 이달 도입”
정 총리는 지난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8차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황점검회의 에서 “정부는 지난 1월28일 코로나19 백신 접종시행계획을 발표하면서 2월부터 순차적으로 접종을 시작할 것이라고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렸다”며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의 백신 생산 차질 문제, 국가 간 백신 확보 경쟁 등으로 우리가 계약한 백신이 제때에 도입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정부는 제약사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도입 일정을 하나하나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직접 생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2월말 최초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며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한 화이자 백신은 2월말 또는 3월초에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첫 백신과 첫 접종 시기를 처음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첫 접종 물량은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와 공급 계약을 맺은 1,000만명분 중 일부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경북 안동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는 물량이다.
정 총리는 “불필요하게 국민 불안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에 대해서는 신속히 바로 잡고 엄정하게 대응해 달라”며 “정부가 여러 리스크를 대비해 다양한 종류의 백신 도입을 추진해 온 만큼 필요한 경우에는 국민들께서 걱정하시지 않도록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접종계획을 조정해 11월 집단면역 형성에 차질이 없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바로 다음 날인 1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품목허가를 결정했다.
정 총리는 설날인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개한 설 인사 영상에서도 연휴 기간 만남과 이동 자제를 거듭 호소하면서 “이제 곧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다시 이전의 평화로운 일상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국민을 다독였다. 13일에는 전주MBC 뉴스데스크와의 인터뷰에서 “K-방역과 국산 치료제, 수입 백신까지 3박자가 작용하면 금년도에는 집단면역을 만들고 일상을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며 “빨리 집단면역을 형성하고 경제가 활성화해 민생이 고통스럽지만은 않은 상황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청장)은 지난 8일 “11월 정도까지는 집단면역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접종을 하고 있다”며 “집단면역이 생기려면 적어도 한 70% 정도 이상은 접종을 해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K-방역’ 이어 올해는 ‘K-접종’으로 세계 모범”
백신 접종 시작과 함께 정 총리와 정부가 적극 내건 슬로건도 있다. 바로 ‘K-접종’이다. 지난해에는 ‘K-방역’으로 전세계의 찬사(?)를 받았으니 올해는 효율적인 백신 접종으로 세계적 모범 국가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사실 K-접종이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백신 접종 일정이 완전히 구체화되기 전부터 정부가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문구이기도 하다. 백신 도입 시기를 두고 이어져온 논란을 접종 성공으로 단번에 뒤집어 보겠다는 복안이 내포된 단어다.
실제로 정 총리는 지난 1월26일 경기 평택 한국초저온 물류센터를 방문해 이미 K-접종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반전의 계기(게임 체인저)’가 될 백신이 조만간 국내에 들어와 우리 국민들께서 접종을 받게 될 것”이라며 “미국 노바백스사와의 도입 계약까지 곧 마무리되면 우리나라는 총 7,600만명분의 백신 도입을 확정하게 돼 국민들께서는 더 이상 물량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우리가 K-방역으로 세계에서 주목을 받았던 것처럼 올해는 K-접종으로 전 세계의 모범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달 6일에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예방접종센터 관계자들을 찾아 “접종 계획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히 작동되도록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며 “그동안 K-방역의 선봉에 서 왔듯 K-접종의 신화를 쓰는 데도 선도적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같은 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전국 250여 곳의 예방접종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라며 “K-접종의 신화를 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접종 거부감·변이바이러스 등 11월 집단면역까지 변수 산적
다만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더라도 일부 국민들의 거부감과 빠른 접종 속도 확보는 K-접종 신화에 최대 과제로 꼽힌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 케이스택리서치와 함께 국내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6.8%는 ‘접종 시기나 순서를 다음으로 미루고 싶다’라고 답했다. 또 4.9%는 아예 ‘접종을 거절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가족과 지인에게 접종을 권유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23.8%가 ‘미루거나 거부하길 권유할 것’이라고 반응했다. ‘순서에 맞게 권고하겠다’ ‘강력하게 권고하겠다’는 답변은 전체의 62.4%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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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접종하기로 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우 예방이 가장 시급한 6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임상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독일·프랑스 등은 만 65세 미만에 대해서만 접종을 권고했고, 벨기에는 55세 미만에게만 접종을 권했다. 스위스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은 백신 승인 자체를 보류했다. 접종률을 빠르게 높이기 위해 우리 정부도 더 적극적으로 국민과 소통을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전파력이 더 큰 변이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잇따라 출현하면서 11월 집단면역 목표 달성이 벌서부터 불확실해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부가 목표로 한 집단면역 시점은 전국민의 70%가량이 항체를 보유하게 되는 시기인데, 여건에 따라 겨울철 재유행이 시작되기 전 이 목표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즉, 목표는 목표일 뿐 아직 단정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와 관련 5일(현지시간) CBS와의 인터뷰에서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올해 여름까지 집단면역을 형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丁 “고령층, 다른 백신 맞으면 돼…기업인 우선 접종 검토”
정 총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등을 둘러싼 국제적 논란을 두고 고령층의 백신 접종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시인하면서도 큰 문제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정 총리는 8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고령층에게 접종하는 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다른 백신을 어르신께 접종하면 돼서 큰 문제는 아니다”라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모든 정보를 입수해 결정을 하기 때문에 거기에 따르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는 또 이날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업인에 대한 백신 우선 접종 가능성에 대해 질의하자 “우리의 경우 기업인들이 해외 활동이 가장 많은 나라 중 하나”라며 “해외 출장이 필요한 분에 대해서는 통로를 만드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국가들이 백신 접종을 맞은 사람들에 대해 제공하는 백신 여권에 관해서는 “그건 옳지 않다는 주장이 많다”고 선을 그었다.
정 총리는 13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도 서울대 연구팀 설문 결과를 거론하며 “미국, 유럽 등 세계 76개국에서 지금까지 약 1억명 넘는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받았지만 아직까지 특별한 부작용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백신은 과학의 영역에 속하고 막연한 소문이나 부정확한 정보에 따라 판단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거리두기 단계 등 방역체계도 다시 손질
정부는 백신 도입 본격화를 기점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체계도 다시 한 번 손보기로 했다. 3차 대유행을 겪으며 단계 격상의 기준·시기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등 특정 계층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은 국가 전체적으로도 부담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정 총리는 지난 1일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방역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전 국민 예방접종을 위해서는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하고 안정된 상황에서 집단면역을 형성하려면 지속 가능한 방역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미리미리 준비해 둬야 하겠다”며 “준비 과정에서 각계의 의견을 경청하고, 특히 지금 가장 고통받고 계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13일 같은 회의에서도 “15일부터 2주 동안 우리는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방역을 과감하게 시도한다”며 “이를 디딤돌 삼아 3월부터는 ‘지속가능한 방역’으로 발전시켜 전 국민 일상회복을 앞당길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에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 9일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는 거리두기 단계를 더 단순화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코로나19 확산이 벌써 1주년을 넘긴 상황에서 이달 백신 접종 개시는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방역의 큰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접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경우 일상 생활 회복을 앞당기고 말로만 듣던 ‘K-접종’ 신화도 쓸 수 있으나, 효과가 미미할 경우 경제 반등이 미뤄지고 출산율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등 국가적 우울감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백신 접종과 방역 과정에서 결코 변수가 돼서는 안 될 요소는 보궐선거와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선거 전략과 표 계산이다.
※‘국정농담(國政濃談)’은 행정·외교안보·정치 관련 ‘농도 짙은’ 현장 이야기와 현안 소식을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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