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백상논단] 안타까운 청년 취포자 30만 시대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경제학

현실 반영 못한 정책으로 고용 악화

경제적 약자 실업 늘고 빈부격차 확대

단기 '세금 알바'로 땜질식 처방보다

기업투자 활성화로 일자리 질 높여야





지난해 내내 온라인 수업을 하는 바람에 1년 넘게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지 못했다. 코로나 시대에 불가피한 선택이기는 했지만 학생들과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고 화상으로 일방적인 강의를 하니 의사소통이 잘될 리가 없다. 올해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지금 대학교 2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학교에 등교 한 번 못하고 대학 생활의 절반 가까이를 보내게 된다. 어렵게 대학에 들어와 이런 생활을 하게 되니 불만과 불안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벼락 거지’ ‘주린이’ ‘영끌 투자’ ‘포모(FOMO)’ 같은 생소한 단어들이 거의 매일 뉴스에 등장한다. 몇 년 전 유행했던 ‘N포세대’라는 말도 모자라 일상에서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하는 청년들의 마음이 어떨까 생각하니 안타까울 뿐이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1월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581만 8,000명으로 1년 전보다 98만 2,000명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2월 이후 가장 크게 감소한 것이다. 실업자도 41만 7,000명 늘어 1999년 실업 통계 개편 이후 최고치인 157만 명에 달했다. 비경제활동인구도 86만 7,000명 늘어난 1,758만 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구직 계획조차 없는 ‘쉬었음’ 인구가 37만 9,000명 늘어 271만 5,000명에 달했다. 각종 이유로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까지 합치면 349만 명이 장기 실업 상태였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층(15~29세)의 피해가 가장 크다는 점이다. 1월 전체 고용률이 57.4%로 전년 동월 대비 2.6%포인트 줄었는데 청년 고용률은 41.1%로 전년 동월보다 2.9%포인트 줄어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감소 폭이 컸다. 청년 체감실업률(확장실업률)은 5.8%포인트 급증한 27.2%로 나타났다. 지난해 아르바이트를 하다 실직한 청년 노동자 가운데 재취업에 성공한 경우는 13.7%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직 의욕을 잃은 청년 취업포기자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정부의 설명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3차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강화되면서 대면 서비스업 고용이 악화된 것과 기저 효과 등이 고용 악화에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이러한 고용 참사를 설명하기 어렵다. 정부의 고용 정책 실패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의지만을 앞세운 설익은 정책 집행은 참담한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정권 출범 직후 2년 동안 최저임금을 27.3% 올리고 주 52시간 근무를 획일적으로 추진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탓에 국내 고용 사정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소상공인들의 줄폐업이 이어지면서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 결과 저소득자·자영업자·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빈부격차는 더 커졌다. 정부가 세금으로 월 20만~30만원의 인건비를 지급해서 만들어낸 ‘노인 일자리’는 고용 시장에 착시 현상을 불러왔다.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노인 복지 차원에서 지급돼야 할 돈을 일자리 창출로 포장해 고용률을 높인 것이다. 국민 혈세를 퍼부어 ‘세금 알바’ 일자리를 만드는 땜질식 처방은 중증 환자에게 진통제만 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인천국제공항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의도와는 다르게 수많은 취준생들이 기회의 불평등에 분노하게 만들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장관회의에서 “고용 시장의 심각성을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했지만 내놓은 대책은 “1분기 중에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직접 9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사실상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단기 알바’로 통계 수치만 개선하는 기존의 고용 정책을 되풀이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청년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일자리다. 진통제가 아니라 치료제를 원한다. 나랏돈을 쓰되 제대로 써야 한다. 선거를 앞두고 경쟁적으로 무분별한 현금 지원에만 몰두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요구되는 인적 자본 형성을 위한 교육에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 청년을 위한 단기 공공 일자리를 늘리는 것보다 일자리의 질을 높이는 게 훨씬 중요하다.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이제라도 고용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기업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규제는 과감하게 철폐해야 한다.

/여론독자부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