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치엘비(028300)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절차를 진행 중인 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의 임상 시험 결과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허위 공시했다는 의혹에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이 “조사 중인 것은 맞지만 소명 중”이라고 진화에 나섰지만 에이치엘비의 주가는 27% 급락했다.
16일 증권업계와 진 회장 등에 따르면 현재 에이치엘비는 허위공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 심의를 마치고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 심의를 앞두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 해 11월 에이치엘비가 항암 치료제 미국 내 3상 시험 결과를 허위 공시한 혐의와 관련해 심의를 진행했다. 자조심은 에이치엘비가 임상에서 실패에 가까운 결과를 냈음에도 성공한 것으로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보고 있다. FDA 임상 시험 결과에 대한 회신에서 부정적 평가를 내렸음에도 임상시험이 성공했다고 발표하고 공시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진 회장은 2019년 6월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에서 당초 계획했던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고 FDA 허가를 받는 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발표했지만 3개월 뒤인 9월 “추후 검토 결과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은 성공했다”고 입장을 선회했다.금융당국은 에이치엘비의 이 같은 입장 선회를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불거지자 진 회장은 즉각 해명에 나섰다. 이날 진 회장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허위공시와 관련해)증권선물위원회의 조사를 앞두고 있다”면서도 “금융당국에 소명 중이며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시 1차 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해 신약 허가 신청이 지연되거나 어려워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면서도 “발표 이후 최종 데이터를 집계해보니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 결과가 탁월해 신약 허가 신청이 가능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FDA에서 리보세라닙의 임상 결과에 대해 실패라고 평가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결과와 관련해 FDA의 보고서에 ‘실패(Fail)’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맞지만 이는 대면 회의가 아닌 신약허가 신청 전 사전미팅(Pre-NDA meeting)에서 나온 얘기”라며 “실제 신약허가 신청 서류 제출 이후 진행한 대면미팅에서 FDA는 보완 자료가 필요하며 자료 제출 이후 다시 검토하자고 했으며 이는 실패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보완 서류를 다 확보하지 못했다”면서 “이런 내용을 금융당국에 소명 중”이라고 덧붙였다.
진 회장은 리보세라닙의 효능은 이미 충분히 입증하는 등 신약 실패 우려에 대한 소명을 충분히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리보세라닙은 지난 6년간 중국에서 매년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수만명에게 처방되고 있다”며 “에이치엘비는 지난 5년간 위암, 대장암, 간암, 폐암, 유방암 등 25종의 암에 대해 효능을 입증한 500편 이상의 국제 임상 결과 논문을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20만 주주들의 경제적 문제가 달린만큼 정확한 정보를 발표하고, 각종 기관 조사에서도 책임질 수 있도록 충실히 사실관계를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진 회장의 해명에도 주가는 곤두박질 쳤다. 이날 에이치엘비는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장중 급락했고, 낙폭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날 에이치엘비는 전날보다 27.24%(2만4,900원) 내린 6만6,500원에 마감하며 1조원 이상 시총이 증발했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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