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민간인통제선 일대에서 지난 16일 붙잡힌 북한 남성이 남하 과정에서 군 감시 장비에 몇 차례 포착된 것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군 경계의 허점이 또다시 드러났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북한 남성이 전날 바다를 헤엄쳐 남하해 일반전초(GOP) 이남 통일전망대 부근 해안으로 올라와 해안 철책 하단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 남성은 군 감시 장비에 여러 차례 포착된 것으로 확인됐다. 접경 지역에서 군 감시 장비에 신원 미상 인원이 포착되면 군은 신병 확보를 위한 작전에 즉시 나서야 하지만 합참의 조사 결과 이 같은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군은 16일 오전 4시 20분께 GOP에서 5㎞ 정도 떨어진 고성군 민통선 검문소 폐쇄회로(CC)TV에 이 남성이 포착된 뒤 대침투 경계령을 최고 수준인 ‘진돗개 하나’로 발령하고 병력을 투입해 3시간 만에 검문소 인근에서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했다.
이 남성이 해안 철책 하단의 차단 시설이 훼손된 배수로를 통과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지난해 7월 탈북민 월북 사건 이후에도 대북 경계 시스템이 제대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은 지난해 7월 인천 강화도에서 20대 탈북민이 배수로를 통해 월북한 사건 이후 배수로와 같은 경계 시설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허점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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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참 관계자는 “이번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지상작전사령부와 합동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후속 대책을 마련해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경계에 실패한 부대는 강원도의 험준한 산악 지형과 긴 해안을 함께 경계하는 부대로, 사건·사고가 잇따라 지휘관의 ‘무덤’으로 불린다. 지난해 11월에는 북한 남성이 최전방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 30분 만에 기동수색팀에 발견돼 초동 조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북한 남성은 GOP 철책으로부터 1.5㎞ 남쪽까지 이동한 바 있다. 또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발생하기도 했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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