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17일(현지 시간) 쿠데타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의 불꽃이 다시 커졌다. 이날 양곤 등 주요 도시 곳곳에서 수만 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군 병력이 양곤에 추가 배치될 것이라는 설도 나오면서 충돌 우려가 제기됐다.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대규모 시위대가 시내 곳곳에 집결했다. 기독교 성직자 및 가톨릭 신부, 토목 기사 등은 양곤 미국 대사관 앞 등에서 시위를 벌였다. 수도 네피도에서도 시민·공무원·농민 등 수만 명이 시내에서 행진하며 쿠데타에 항의하는 구호 등을 외쳤다. AFP통신은 주말 군 병력 투입 이후 최대 규모라고 전했다.
양곤에서는 군 병력 추가 투입설에 대응해 시위대가 차량을 이용한 새로운 시위를 벌였다. 마치 차량이 고장난 것처럼 앞부분 후드를 들어 올린 뒤 도심 도로는 물론 외곽과 양곤을 잇는 교량 등에 버려두는 것이다. 군 병력의 양곤 투입이나 양곤 내 군경의 원활한 이동을 막기 위함이다.
차량 앞 유리에는 '미얀마에 정의를'이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이나 구금 중인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얼굴이 그려진 전단이 꽂혀 있다. 자신이 모는 택시로 이 시위에 참여한 꼬 예 씨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진실을 원한다"며 "진실은 민주주의이고 수지 고문과 윈 민 대통령의 석방"이라고 말했다.
이번 시위는 쿠데타에 대한 군부의 합리화와 수지 고문의 추가 기소로 격화됐다. 군사 정부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11월 총선 때의 부정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군부의 정권 장악이 불가피했다며 쿠데타를 합리화했다. 군정은 또한 수지 고문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조치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에 대해 수지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변인인 찌 토는 "미얀마와 젊은이들의 미래를 파괴한 군정에 대항해 대규모로 행진하자"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군 병력이 양곤 등으로 이동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성명에서 "지난 1일 쿠데타 이후 봐온 것보다 더 큰 규모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군인들이 외딴 지역에서 양곤으로 이동 중이라는 보고를 받았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군 병력 이동은 대규모 살상, 행방불명 그리고 구금에 앞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시위 계획과 군 병력 집결이라는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을 볼 때 군부가 미얀마 국민을 상대로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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