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6일 차등 의결권 도입 의사를 밝혔다. 차등 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자가 경영권을 잃을 걱정 없이 기업을 운영하게 하는 장치로 최근 쿠팡이 해외 상장을 추진하며 주목받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최근 뉴욕 증시 상장을 통해 보유 주식 1주로 일반 주식 29주에 해당하는 의결권을 갖게 된다.
차등 의결권 도입은 유니콘 기업 육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그동안 정부와 여당은 적극적으로 입법에 나서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은 2018년 8월 비상장 벤처기업에서 의결권 수가 1주마다 2~10개인 차등 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벤처기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폐기됐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비상장 벤처기업에 1주당 최대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제출했지만 차등 의결권이 상장 이후 3년간만 유효하다는 점에서 반쪽짜리나 다름없다. 차등 의결권은 2018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17개국이 자국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도입했을 만큼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이다. 그런데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세계 7위권에 근접한 한국에서 차등 의결권 도입이 지지부진한 것은 후진적 면모를 드러내는 일이다.
‘포이즌 필’ 도입도 더 이상 늦출 일이 아니다.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에서 공격자를 제외한 주주들에게 저가에 주식을 매입하게 함으로써 경영권 탈취를 막는 포이즌 필은 기업 사냥꾼이 득실거리는 글로벌 무한 경쟁 시대에 필수불가결한 방어 무기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되레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 선임 등의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을 밀어붙여 경영권을 약화시켜놓고도 포이즌 필 도입에 미온적이다. 이래서는 기존 우량 기업 방어도, 유니콘 기업 육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차등 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책을 속히 도입해 우리 기업들이 든든한 갑옷을 입고 글로벌 경제 전쟁에 임하게 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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