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전 세계 은행과 기업에서 해킹을 통해 13억 달러(약 1조4,000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와 현금을 빼돌린 혐의로 북한 정찰총국 소속 해커 3명을 기소했다.
17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제출된 공소장에 기소된 해커는 박진혁과 전창혁, 김일이라는 이름을 쓰고 있으며 북한군 정보기관인 정찰총국 소속이다. 정찰총국은 라자루스 그룹, APT38 등 다양한 명칭으로 알려진 해킹부대를 운용하고 있다.
검찰은 이들 공작원이 2017년 5월 파괴적인 랜섬웨어 바이러스인 워너크라이를 만들어 은행과 가상화폐 거래소를 해킹했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 법무부와 미 연방수사국(FBI)도 뉴욕의 한 은행에서 해커들이 훔쳐 2곳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보관 중이던 190만 달러의 가상화폐를 압수하기 위해 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화폐는 은행에 반환될 예정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이번 기소는 2014년 발생한 소니픽처스에 사이버 공격에 연루된 박진혁을 미 정부가 2018년 기소한 사건을 토대로 이뤄졌다. 당시 박진혁에 대한 기소는 미국이 북한 공작원을 상대로 처음으로 기소한 사례였다.
소니픽처스 해킹이 발생했던 당시 북한은 소니픽처스가 북한 지도자 암살을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 ‘인터뷰’를 제작·배급하는 것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해킹 사태 이듬해인 2015년 북한 정찰총국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북 제재를 담은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도 했다.
박진혁은 소니픽처스 외에도 2016년 8,100만 달러를 빼내 간 방글라데시 중앙은행 해킹, 2017년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공격, 2016∼2017년 미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에 대한 해킹을 시도한 혐의도 받은 바 있다.
그는 북한의 대표적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 그룹의 멤버이자 북한이 내세운 위장회사 ‘조선 엑스포 합영회사’ 소속으로 알려졌다. 존 데머스 법무부 국가안보담당 차관보는 “총이 아닌 키보드를 사용해 현금 다발 대신 가상화폐 지갑을 훔치는 북한 공작원들은 세계의 은행 강도”라고 비난했다.
캘리포니아 중부지검 트레이시 윌키슨 검사장 대행은 “북한 해커들의 범죄 행위는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지속됐다”며 “이는 정권을 지탱할 돈을 얻기 위해 어떤 일도 서슴지 않는 국가적인 범죄 행위”라고 말했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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