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저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늘었어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주도적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컸고, 그 생각이 자연스레 프로듀싱으로 이어졌던 것 같아요”
1년 넘게 많은 이들의 삶을 뿌리째 뒤집고 있는 코로나19는 오프라인 공연이 막혀버린 대중음악 뮤지션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일부는 온라인 공연을 열기도 하지만 상당수 뮤지션들은 집에서, 작업실에서 음악을 작업하며 시간을 보내곤 한다. 18일 새 미니앨범(EP) ‘우리의 방식’을 내는 권진아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프로듀싱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작사·작곡을 비롯한 프로듀싱 전반을 본인의 손으로 끝냈다. 셀프 프로듀싱을 선택한 데 대해 그는 전날 서울경제와의 서면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답했다. 그는 “스스로를 프로듀서로 표현하기엔 많이 쑥스럽지만 프로듀서로서 이런저런 고민을 거치니 많은 것들이 다르게 보인다”고 돌아봤다.
그가 EP 포맷으로 작품을 내놓는 건 2016년 정식 데뷔 이후 처음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물어보니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생각들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쉬는 동안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을 일들, 결과적으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뭔지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물을 나답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좋아하는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앨범을 준비했다는 권진아는 “그 방식을 가장 잘 표현한 6곡을 추렸다”고 전했다.
그렇게 풀어놓고 싶었던 권진아 본인의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단편소설집 콘셉트로 수록곡마다 직접적 화자가 돼 사람들 간 관계에서 오는 감정과 생각을 노래한다. 그는 “노래 각각의 장르와 이야기는 다르지만 가사 속 문장 곳곳에 제 감정과 경험을 담았다”고 말했다. 앨범 첫 곡인 ‘우리의 방식’에서는 “이곳을 벗어나 / 가장 낯선 곳으로 가보기로 해”라고 말하는가 하면 마지막 곡 ‘여행가’에서도 지도에 없는 길을 브레이크 없는 열차를 타고 가고 싶다 이야기한다. 일종의 수미상관 구조인 셈. 권진아 역시 “두 곡에 에너지와 마음을 가장 많이 담았다”며 애착을 보였다. 타이틀곡 ‘잘 가’는 이별노래로,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던 이별의 순간에 아프지만 담담히 보내주려는 마음을 표현했다”며 가사에 집중하면 좋을 거라고 귀띔했다. 알앤비 뮤지션 죠지와의 듀엣 ‘어른처럼’ 등 수록곡 대부분은 주로 사랑과 이별 사이에서 오는 감정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2019년 9월 정규 2집 ‘나의 모양’을 낸 이후 ‘슬기로운 의사생활’ OST나 ‘유희열의 스케치북’ 목소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걸 제외하면 1년여만에 신곡을 선보이게 된다. 권진아는 “아직 보여주지 못한 얘기가 많다”며 “많은 고민과 생각에 앨범 발매 주기가 긴데,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자주 찾아 뵙고 싶다”고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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